환절기만 되면 고혈압 환자가 걱정된다. 잠깐 방심하면 고혈압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 생겨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더운 여름 날씨에 익숙해진 몸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바깥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쉽다.
일교차가 심해지면 우리 몸은 차가운 바깥 공기에 맞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고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활발하게 한다. 하루 동안 혈압수치가 급격히 변해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에 따르면, 고혈압 영향을 받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각각 57%, 43%나 됐다. 계절별 추이에서도 겨울철 사망자가 가장 많지만, 일교차가 심해지는 시기부터 사망하는 환자가 점점 늘어난다. 특히 고혈압을 앓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65세 이상의 고령층은 혈압 수치 변화가 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면 고령인 고혈압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침 시간의 혈압 상승을 주의해야 한다.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오르락내리락한다. 30개 임상 연구를 분석한 결과, 심근경색 중 38%가 아침 6시에서 낮 12시 사이, 뇌졸중의 49%가 아침 시간대에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아침 혈압을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아침에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밤새 줄어든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이완돼 있던 우리 몸이 잠에서 깨면서 심장운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에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혈압이 올라간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에게는 이 같은 아침 혈압상승이 자칫 생명을 위협하는 복병이 될 수 있다. 일교차에 수축된 혈관으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늘면서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잠에서 깬 뒤에는 누운 채 간단한 체조 등으로 몸을 이완하고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또한, 고혈압 약 복용을 잘 지켜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65세 이상 환자 605명의 복약 순응도(치방된 용량ㆍ용법에 맞게 치료를 잘 이행하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복약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혈압 변동이 심한 고령층은 순간순간 변하는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줄 수 있는 고혈압 약 복용이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24시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칼슘길항제 계열 약은 복용 후 아침 시간대까지 혈압을 잘 내려줘 고령층의 아침 혈압 관리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밖에 생활습관도 점검하자. 운동은 아침보다 저녁이 낫다. 부득이 아침에 운동할 때에는 몸에 살짝 땀이 밸 정도까지 스트레칭한 뒤에 하며,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수면과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일교차가 커지는 요즘 고혈압 환자는 아침 혈압을 잘 관리해 즐거운 가을을 맞자.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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