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에너지가 넘쳐난다. 원시의 힘이 꿈틀거리다가 기어코 폭발한다. 관객의 숨통을 압박하는 뚝심 넘치는 연출은 갈채 받아 마땅하다. 올해 최고의 데뷔작이라 할만 하다.
내용은 끔찍하고 묘사는 섬뜩하다. 무도라는 외딴 섬이 배경이다. 마을 사람들의 묵인 아래 남편과 시동생에게 성과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무지렁이 같은 여인 김복남(서영희)의 사연이 뼈대를 이룬다. 어려서 대처로 나가 김복남이 편지로나마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해원(지성원)이 휴식을 위해 무도를 찾으면서 극은 긴장의 폭풍우 속으로 진입한다.
인면수심의 장면들이 초반부터 관객의 호흡을 뺏는다. 아내 복남이 쪽마루에서 점심 한끼를 해결하고 있을 때 남편은 뭍에서 데려 온 윤락녀와 짐승처럼 몸을 섞는다. 시동생은 버젓이 형수를 범하고, 친인척으로 엮인 마을 사람들은 무슨 별일이냐는 반응을 보인다. 상습 폭행 뒤 남편은 “된장이나 바르라”고 윽박지른다. 부당함을 호소하려 하던 해원마저 결국 복남의 현실에서 눈을 돌린다. 급기야 딸이 남편에 의해 목숨을 잃자 복남은 분노의 낫을 치켜든다. 그리고 핏물이 스크린을 축축히 적신다.
등을 향해 내려쳐진 낫이 가슴을 뚫고 나오고, 사람의 목이 잘리는 등의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만 묘한 복수의 꽤감이 전해진다(올해 이 영화가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될 때 프랑스 관객들은 김복남의 복수 장면에서 박수를 쏟아냈다). 남편을 난도질한 복남이 시체를 된장 범벅으로 만드는 장면 등에선 싸늘한 유머가 느껴진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억압을 당하던 복남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감정을 포개고 분노를 함께 폭발시킨다. 복남이 겪는 고통과 복수의 표현 양태는 극단적이면서도 한국사회의 비뚤어지고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다.
영화는 거창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불우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 마냥 외면하지 말라는 것. 간단한 듯하면서도 행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장철수 감독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비춘 TV 프로그램에서 착안했다. 잘못하고 너무나 당당한 인간들의 파렴치한 모습이 영화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들이 보면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두려움을 느낄 만한 영화다. 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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