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지난달 31일 임금ㆍ단체 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이 2일 조합원 찬반투표로 확정되면, 기아차는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와 역할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우선 기아차 노사 자체의 새로운 역사다. 기아차는 지난 20년간 한 번도 임ㆍ단협을 놓고 파업 없이 지나간 적이 없다. 그로 인한 누적 피해액만도 6조 4,000여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기아차만의 '역사'가 아니다. 24년 만에 완성차업계 전체 첫 무파업 기록까지 세우게 된다.
그러나 이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임오프제의 수용이다.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에 가장 크게 반발한 노조가 기아차였다. 민노총을 대신해 무력화 투쟁에 앞장서면서 기존 유급 전임자수(임시상근자 포함 203명)를 고집했다. 노조가 이를 포기하고 법이 정한대로 전임자를 21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타임오프를 연착륙시키게 됐다. 물론 이미 8월 말까지 70%가 넘는 노조가 타임오프를 도입했고, 타임오프 한도 고시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노조가 반발하며 기아차의 협상결과를 보고 결정하려는 상황이었다.
기아차 노사가 20년 만에 처음 '윈-윈'을 선택한 것은 현명하다. 알다시피 잇따른 신차의 판매 강세로 기아차는 창사 이래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승용차 시장에서 3개월 연속 현대차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를 정도의 호기를 노사갈등으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노조의 타임오프 준수와 회사의 고용보장 및 성과급 지급이라는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냈다.
1일로 10주년을 맞은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새로운 도약과 성숙을 다짐했다. 그 다짐에는 기아차 무파업 노사합의처럼 회사는 법과 원칙을 끝까지 지키고, 노조는 일방적 강경투쟁보다는 실리주의를 선택하는 '합리적 상생'의 새로운 노사관계의 지평을 여는 것도 들어 있어야 한다. 세계 1등 자동차 기업이라면 그 기회를 결코 날려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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