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류가 선호하는 개헌 방향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다. 권력 분산의 명분은 '정치 선진화'다. 승자독식 논리가 지배하는 현재의 대통령제에선 정치권이 끊임 없이 싸우고 대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7월 대표 취임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23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며 "권력이 한 쪽에 쏠려 예산과 인사가 집중되면 자연적으로 갈등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에선 대통령이 외교ㆍ안보를 담당하고 국무총리가 내치(內治)를 맡는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안으로 거론하는 의원들이 많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조금 다르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실패한 제도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에 찬성하고 있으나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도입 방안에는 부정적이다. 그는 대통령 4년중임제 도입 등으로 권력을 제어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개헌을 할 것이라면 올해 안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여권 주류 내부에 이견이 별로 없다. 내년 상반기까지 선거 등 정치 현안이 별로 없어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개헌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을 하자고 하면 국론이 분열된다"며 "개헌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친박계는 개헌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 권력 분산 방안이 박근혜 전 대표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품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해 5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4년 중임제가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일 친박계가 야당들과 함께 반대할 경우 개헌은 성사되기 어렵다. 국회 헌법개정안 통과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299명) 중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인데, 한나라당 전체 의석(172명) 중 친박계(50여명)를 빼면 120명 가량에 그치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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