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한 논의가 한창 뜨거울 때 모델로 거론되던 곳이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3개 도시인 랄리, 더럼, 채플힐을 잇는 삼각지역의 산학연 연구클러스터로, GSK 머크 등 세계적 대형 제약사와 IBM 모토로라 등 IT업체, 관련 연구소들이 몰려있고,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든든한 기초연구로 받쳐주고 있다. 그동안 이 곳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노력도 많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대중과 소통을 얼마나 중시하느냐는 점이다. 듀크대의 사례를 보면 성공적인 연구클러스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심혈을 기울이는 듀크대의 투자는 놀라울 정도다. 먼저 듀크대의 강점인 의대를 비롯해 자연대, 공대 등 각 단과대학마다 연구성과를 널리 알리는 리서치 전문 커뮤니케이터가 총 35명이나 된다. 최근 경제위기로 인한 예산 축소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리서치 커뮤니케이터의 숫자나 예산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이들의 역할은 주류 언론은 물론, 듀크대의 자체 출판물과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과학적 연구내용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국내 대학의 경우 연구개발내용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커뮤니케이터가 전무하거나 있어야 1~2명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투자다. 하지만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이 정도 투자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듀크대의 연구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칼 베이츠(사진) 리서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연구중심대학들이 전문 커뮤니케이터를 크게 확충해왔다"며 "주로 정부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순수과학분야의 경우 국민들에게 자신이 낸 세금이 얼마나 중요한 일에 쓰이고 있는지를 알려서, 일반 대중의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요한 시사점은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를 비롯, 산학연 클러스터의 열쇠가 대학의 기초연구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베이츠는 "스탠포드대를 봐라. 휴렛패커드 애플 구글 등이 모두 대학의 연구개발로부터 기원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 신기술을 펼친 기업들이다. 미국 경제의 엔진은 대학의 기초 연구개발"이라며 대학의 연구개발저력이 넓어지는 것에 비례해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노력도 늘어나고 있음을 설명했다.
더럼=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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