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문제로 다시 내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친이계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사찰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 의원과 청와대를 정면 공격하자, 일부 중진들이 “자제하라”고 비판하는 등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정두언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또 한번 불법사찰 문제를 거론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8ㆍ8 개각 인사 및 정치인 등의 사찰과 관련해 소장파 의원들의 책임론을 거론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청와대에 (박정희정권 시절 경호실장을 지낸) 차지철이 다시 돌아온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의원은 이어 “부실 인사 책임을 국회의원에게 뒤집어 씌우고 사찰을 정당화해 계속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서 “국회와 여당을 부정하고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실장은 분명히 해명하고 발언자를 문책해야 한다”면서 “상응하는 조치가 없으면 대통령실장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임태희 비서실장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즉각 제동을 걸었다. 홍 의원은 “정치권력은 레이저광선과 같아 갈라지면 종이 한 장도 뚫지 못하는데 주류 내부의 일로 갈등이 다시 빚어지는 것을 도저히 그냥 지켜볼 수 없다”며 “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사찰 문제와 관련한)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스스로 해결하라”며 “3~4분이면 끝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정의화 국회 국회부의장도 “홍 의원 말에 동감을 표시한다”고 거들었다. 김영선 의원도 “모든 문제를 갈등 확산으로 이끄는 것은 우리 스스로 자책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불법사찰의 피해자로 알려진 남경필 의원이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남 의원은 “권력다툼이나 주류 내 분열로 봐서는 안되며 언젠가 불거질 문제”라며 “자유, 인권을 지켜야 할 정당으로서 국민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총선을 장담할 수 없고 대선에서 공멸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내부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자제론이 다수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공개회의 때 다같이 걱정을 많이 했으며 더는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공감했다”며 “안상수 대표와 제가 중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의원 연찬회에서 정태근 의원이 “이상득 의원이 정치인 불법사찰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 데 대해 이상득 의원은 이날 “싸우기 싫다”며 무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므로 정치인의 말은 그냥 듣고 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고발하려면 고발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 석상에서 새까만 후배가 선배를 정면 공격하는 것은 패륜”이라고 비난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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