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전 전투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책임을 다했으며, 오늘 미군의 전투임무는 끝났다고 선언한다”며 “이라크 국민이 자기 나라의 안보에 대한 책임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의 미래를 이라크 국민의 손에 넘겨주기까지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며 “이제는 국내에서 우리나라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3년 3월20일 개전했던 이라크전은 7년 5개월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전쟁 이후에도 WMD는 결국 발견되지 않아 이 전쟁은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노린 미국의 침략이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전투 종료를 선언하면서도 ‘승리’나 ‘패배’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5월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 선상에서 개전 2개월만에 섣불리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가 그 후 전황이 나빠지면서 비난 받은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전투병력 철수 후 작전명을 ‘이라크의 자유’에서 ‘이라크의 새 여명’으로 바꾸고, 내년 말 완전철군 때까지 남는 지원병력 5만명으로 이라크 군ㆍ경에 대한 교육ㆍ훈련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매달 수백명이 폭탄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등 이라크 상황은 여전히 혼미해 전투병 철수가 이라크 군경의 자체 치안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
미 행정부는 이라크 전투 종료 이후 아프간전과 국내 경제문제 해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자원은 아프간 전쟁 진전과 경제회복 등에 집중시킬 것”이라며 특히 “일자리를 갖지 못한 수백만명의 국민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의 핵심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의 지휘권 이야식 참석을 위해 1일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 2008년부터 미군사령관을 맡고 있는 레이먼드 오디어노 장군의 뒤를 이어 로이드 오스틴 장군이 지휘권을 통솔하게 된다.
게이츠 장관은 앞서 위스콘신 주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모든 일이 잘되고 있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며 "이라크는 여전히 종파 간 긴장상황이며 이라크 내 알카에다 역시 섬멸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