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3월 현대자동차 대표 이사로 취임한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그의 말을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00년 9월, 당시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의 울타리를 떠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10년 뒤 GM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성장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며 “이 같은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 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이 1일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 바로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 분리 승인을 받은 것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 기아차 인수, ‘ 왕자의 난’후유증 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주변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면서 ‘글로벌5’ 업체로 우뚝섰다.
하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대건설 인수 추진 등 굵직한 현안에다 최근 들어 미국 교통 당국이 잇따라 기아차 쏘울과 현대차 쏘나타의 조향장치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급성장 신화
10년 사이 자산 총액은 2000년 36조1,360억원에서 100조7,000억원(올해 4월 기준)으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그룹(192조8,000억원)에 이어 2위다. 매출은 2000년 36조4,460억원에서 2009년 94조6,520억원으로 2.6배, 순이익은 1조2,032억원에서 8조4,290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는 매출 100조원, 순이익 10조원도 달성이 목표다. 차량 판매대수도 2000년 243만6,498대에서 2009년 464만216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만 275만3,606대로, 연간 판매대수는 54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철강, 건설, 물류, 금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계열사 수는 16개에서 42개로 급증했다.
급성장의 첫번째 요인은 ‘품질 경영’이 꼽힌다. 정몽구 회장은 매년 수 차례 해외법인을 방문해 생산과 판매, 품질 현황을 점검하며 공격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싼 맛에 현대ㆍ기아차를 찾던 해외 소비자들이 이제는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현대ㆍ기아차를 택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톱5 업체에 진입했고 중국과 유럽에서는 도요타까지 추월했다. 지난해 글로벌 6위에서 올 상반기에는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로 뛰어 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장 속도다. 상반기 판매 증가율이 무려 29.4%다. 이 부문 1위를 기록, 2위 폴크스바겐의 15.8%와는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현대차의 발전 속도는 (속도 위반) 딱지를 떼야 할 정도로 빠르다”고 평가한 바 있다.
▦ 부품사와 상생 구조 형성이 과제
세계 자동차 업계는 최근 그야말로 살 얼음판을 걷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급감한데다 GM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던 도요타는 리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기아차 쏘울과 현대차 쏘나타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쏘울 1건, 쏘나타 2건에 대한 민원 제기 때문에 조사가 진행 중이며 단순 조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두 차종 모두 조향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어 도요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장 동력이 될 연구개발(R&D) 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8년 기준 도요타의 6분의 1, 미국 GM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정도 투자로는 결코 세계 정상을 넘볼 수 없다.
특히, 수천개에 이르는 부품 협력사와의 상생 구조 형성은 시급한 과제다. 자동차 업체의 특성상 부품 협력사의 성장없는 완성차 업체의 ‘나홀로 성장’은 불가능하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일본, 독일 완성차 업체 뒤에는 덴쏘와 보쉬 등 뛰어난 부품사가 자리잡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와 올해 1차, 2차 협력사와 공정거래는 협약을 맺은데 이어 1일 216개 1차 협력사와 2,460개 2,3차 협력사 간 공정거래 협약체결을 주도했다. 2중 3중으로 상생협력을 맺어 아랫목의 온기를 윗목까지 전달하자는 의지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ㆍ기아차에게도 대외환경, 경영, 생산 등에서 반드시 위기는 찾아 올 수 있다”며 “ 애프터서비스, 협력사와 상생 관계 등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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