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이 오랜 정적을 깨고 재개되려는 시점에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요르단강 서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가자지구를 호령하는 반 이스라엘 무장정파 하마스가 저질렀다고 인정한 이번 사건이 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중동 평화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사건은 31일 저녁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 인근에서 발생했다. 괴한들이 차를 타고 가던 이스라엘 남성 2명과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인근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로, 임신부 한 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차량의 문이 모두 열린 상태에서 4명이 모두 땅에 쓰러져 있었으며 희생자들은 주요 장기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최초 총격을 가해 차량을 멈춰 세운 뒤 다가가 다시 조준 사격으로 탑승객들을 살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대립해 온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는 AP통신에 이날의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이ㆍ팔 평화협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상을 거부하고 대 이스라엘 무장 투쟁을 주장해 왔다. 헤브론은 하마스의 공격이 빈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이ㆍ팔 평화협상의 중요 고비마다 하마스의 공격이 곳곳에서 이뤄진 바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은 애써 이번 사건에 개의치 않으려는 분위기다. 협상 진행을 깨는 것은 오히려 하마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비행 도중 소식을 전해들은 뒤 이를 범죄 행위로 비난하고 이 지역에 대한 치안 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역시 "평화협상을 방해하기 위한 행위"라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겨냥한 모든 범죄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통해 현재의 평화협상을 거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와 함께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네타냐후 총리와 압바스 수반은 1일 저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한 뒤 2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0개월 만에 공식 평화협상을 열 계획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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