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새 제작단장 민홍규(56)씨가 국새를 전통기술로 제작했다는 주장은 거짓이었다고 밝힌 데 이어,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마저 빼돌려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서울경찰청은 민씨가 국새 제작을 끝낸 2007년 12월 국새 제작용 금 1.2㎏(320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2일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는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 600ｇ을 챙긴 데 이어 주물과정에서 거푸집에 금물을 넣을 때 쓰는 도구로 금 성분이 포함된 '물대'도 반납하지 않았다.
주물 밀도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필요한 물대에는 약 600ｇ의 금이 포함돼 민씨가 가로챈 금은 1.2㎏(당시 시가 3,5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2007년 12월 이후 만들어 정치인과 프로골퍼에게 건넸다는 4개의 도장에는 일부 국새용 금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씨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은 두 갈래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경찰은 민씨가 국새 제작 후 남은 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데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2006년 국새 공모 시 행정안전부가 규정했던 전통방식에 따르지 않고 4대 국새를 현대방식으로 제작한 뒤 정부를 속여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민씨는 "전통기술이 없다"고 시인, 법 적용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정관계 로비용으로 금도장을 사용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돈을 받고 주문 제작해 준 것"이라는 민씨의 주장 등에 비추어 혐의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에게 사기 및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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