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취재경계선) 치고 원거리 촬영, 기자들은 따라붙지 않을 것.'
30일 오후 10시께.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경식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은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은 '몰래 귀가'가 힘들게 되자 취재진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이미 조사가 끝난 뒤 4시간 넘게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으며 취재진과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30분 뒤 조건에 합의를 했지만 박 전 검사장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이준 특검보가 50여명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건물 지하로 내려와 상황을 점검했다. 이 특검보는 "겨우 설득한 것이니 약속(박 전 검사장의 조건)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미 이날 오전 박 전 검사장의 '몰래 출석'을 도와 취재진의 신뢰를 저버렸다. 당초 오전 11시 공개 출석할 예정이었던 박 전 검사장은 취재진을 피해 예정보다 3시간이나 이른 오전 8시10분 기습 출석했다. 공개소환 약속만 믿고 시간을 맞춰 기다리던 기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박 전 검사장의 '조용한 입장'을 도운 키다리 아저씨는 다름아닌 특검팀 관계자였다.
이 특검보는 31일 브리핑에서 "박 전 검사장이 아침 일찍 사무실에 와서 문을 열어 달라고 해 특검팀 직원이 열어줬지만, 둘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직원에게 독자적으로 행동한 데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직원이 어떤 직위에 있는지, 박 전 검사장과는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박 전 검사장은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를 특검팀이 지나치게 배려하고 있다. 제보자와의 대질 거부는 물론, 조사 장면 영상녹화 거부도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이번 수사의 목적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강아름 사회부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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