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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용 "윤이상 마지막 혼신의 작품, 한국인 감성으로 연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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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용 "윤이상 마지막 혼신의 작품, 한국인 감성으로 연주해요"

입력
2010.08.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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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이 39도를 넘는데도, 한국에서 지휘자가 왔다니까 직접 나오셔서 깊이 감사한다며 손을 잡으시더군요.”

‘2010 윤이상 콘서트’의 지휘자 정치용(53)씨는 작곡가 고 윤이상(1917~1995)의 말년에 작품 논의를 위해 독일의 병상에서 해후했던 일을 기억했다. 정씨는 이번 콘서트에서 윤이상의 1984년 작 ‘교향곡 제2번’을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국내 초연한다.

‘교향곡 제2번’은 윤이상이 숨지기 직전인 1995년, 7개월 꼬박 마지막 혼신의 정열을 불태운 작품이다. 수천년에 걸친 한국과 중국의 궁정 음악에 담긴 동양적 미를 특유의 작곡법인 ‘조작된 무질서’에 의거, 현대적 어법으로 승화시켜 낸 만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합병증으로 하루 7~8차례 주사를 맞는 와중에도, 두 달 꼬박 저를 만나 작품에 대해 말씀하셨죠.”

3악장을 모두 연주하는 데 30분이 걸리는 이 곡은 고인이 1970년대에 쓴 것보다 순수하고 정제된 작품이라고 정씨는 말했다. ‘첼로 교향곡’이나 오페라 ‘나비’ 등 시대적 수난을 겪던 시기의 작품보다 음악 자체의 순수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써내려 간 작품이죠.” 또한 1966년 작곡된 걸작 ‘예악’과 좋은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럽의 한국 작곡가라는 존재적 특수성을 의식해 아악 양식을 차용한 작품이 ‘예악’이라면, ‘교향곡 제2번’은 작품은 오히려 서구적 방식의 긴장과 이완에 의존한 게 특징입니다.”

이 작품의 초연이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은 대편성은 물론 작품이 난해해 대중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라고 정씨는 설명했다. “윤 선생님의 열정, 감성적 부분에 대한 해석이 곡의 성패를 좌우하죠.” 정씨는 “윤 선생님은 외국인의 이 작품 연주는 훌륭하지만 어딘지 모자랐다, 한국인에게만 있는 감정과 색깔을 연주해 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작곡가 김택수의 ‘SPLASH,s!’,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등도 연주된다. (02)723-0364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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