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어제 '쌀값 안정 및 쌀 수급균형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생산되는 쌀 가운데 남아돌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50만톤 가량을 정부가 사들여 시중에 풀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한 재고 쌀 149만톤 가운데 50만톤을 식품가공용 주정용 등으로 특별 처분하고, 내년에 벼 재배면적 4만㏊를 줄여 쌀 생산량을 20만톤 감축하는 한편, 연말까지 '쌀 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수년 간의 풍작과 소비량 감소로 쌀 재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말 기준 쌀 재고량은 지난해보다 49% 급증한 149만톤으로, 적정 재고량 72만톤을 두 배 이상 웃돌 전망이다. 이번 대책으로 수확기 과잉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할 경우 쌀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구조적인 쌀 과잉 공급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각종 쌀 소비 진작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의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통해 수확기 과잉물량은 해소한다 해도 여전히 100만톤의 쌀 재고가 있어 가격 심리상 쌀값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욱이 쌀 관세화 유예대가로 올해 떠맡아야 하는 쌀 의무수입 물량은 33만톤이나 된다. 이 물량은 2014년까지 매년 2만톤씩 더 늘어난다. 쌀 소비 감소로 국내 생산량도 소화를 못하는 마당에 수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간 쌀 시장 개방은 누구도 선뜻 손 대기 어려운 성역이었다. 하지만 국내외 쌀값 격차가 축소돼 쌀 관세화가 수입물량을 줄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만큼, 쌀 농가의 소득보전 등 보완책 마련을 전제로 쌀 관세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쌀 수요를 해외에서 찾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식량난에 수해까지 겹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과 함께 해외구호단체 지원을 확대해 쌀 재고를 줄여야 한다. 중ㆍ장기적으론 벼 대신 밀 콩 옥수수 등 대체작물 재배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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