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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빼는 삼성… 용산 개발 '새 판 짜기'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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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빼는 삼성… 용산 개발 '새 판 짜기' 물꼬

입력
2010.08.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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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결국 31조원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포기했다. 국가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이제 삼성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자로 새 판을 짜게 됐다.

삼성물산은 31일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실질적 운영주체이자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보유 지분 45.1%(약 13억5,300만원)를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또 이원익 사장을 비롯한 14명의 파견 임직원도 모두 철수키로 했다. 삼성물산의 AMC 경영권 포기는 최근 코레일과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 이사회가 경영권 재편을 위해 AMC 지분을 전량 양도해달라고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경영권 양도를 요구한 이사회 의결을 존중하고 사업이 빨리 정상화되길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지분 양도를 계기로 30개 드림허브 출자사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해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은 사업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을 둘러싸고 갈라섰던 기존 주주들간의 갈등의 고리를 끊고, 이제 새로운 투자자 공모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사업구도 어떻게 바뀌나

삼성물산이 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주도 지분(45.1%)을 포기함에 따라 삼성물산은 이제 드림허브㈜의 지분 6.4%만 가진 소액주주가 된다.

삼성이 갖고 있던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정리방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새로 들어오는 건설 투자자가 맡을 수도 있고, 기존 최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나 코레일이 일부를 나눠 갖고 나머지 지분을 새 투자자에게 넘길 수도 있다. 다만 특정 투자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현재로선 전반적인 사업 추진을 총괄하는 AMC의 주도권은 토지주이자 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이끌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은 13일 건설 투자자 모집공고를 낸 뒤 16일에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해 사업개요와 참여방안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사업재개를 위해) 다소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삼성의 이번 AMC 경영권 양도는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교체 선수는 누구?

코레일측은 “삼성물산을 대신할 제3의 투자자들과 물밑 접촉이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중인 삼성물산 대체 기업으로는 2006년 첫 사업자 공모시 탈락했던 모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L사 등 정보통신(IT) 업체 등이 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대표는 “삼성와의 문제가 완전히 매듭이 지어지고 공식 요청을 해오면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사업참여에 대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상황으로 사업성을 장담키 어려운 데다, 삼성과 결별의 직접적 원인이 ?榴?1조원에 가까운 지급보증을 나눠 서야 하는 부담 등은 새로 참여할 투자사들에게도 여전히 부담스런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건설사들은 자본금의 100%만 지급보증할 수 있는데, 이를 넘어가면 모두 부채로 잡혀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직ㆍ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득실은?

용산 AMC의 대주주로서의 경영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삼성물산의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렇다고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에 의해 쫓겨나는 것보다 스스로 결정해 발을 빼는 것이 모양새도 좋은 편이고, 또 사업 재개를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는 어느 정도의 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무적으로 잃은 것은 없다는 평가다. 삼성은 이미 철도시설 이전공사와 토양오염정화 사업 등 용산역세권개발사업과 관련된 4,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5,000억~6,000억원대로 예상되는 시공권 지분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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