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만 순환곡선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도 사이클이 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거시경제 흐름처럼, 정권도 필연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임기 절반을 막 넘어선 MB정부 지난 2년 반의 승강(乘降)사이클을 한번 돌이켜 보자.
◆1차 상승기(정권출범~촛불사태): 집권 초는 역시 상승일변도. 새 정부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국민적 기대를 이끌어냈다. 곧이어 치러진 총선에서도 여당이 압승. MB정부는 뭘 해도 다 될 것이란 자신감에 충만했다.
◆1차 하강기(~글로벌 경제위기): 첫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성급한 한ㆍ미 쇠고기협상에 따른 광우병 논란으로 전국을 '촛불'이 뒤덮으면서 정권지지도는 수직 추락했다. 광우병 그 자체 보다는 집권 초 정부의 자만과 소통부재 태도가 '상승국면의 조기마감'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2차 상승기(~세종시 수정추진): 글로벌 경제위기는 추락하던 MB정부엔 반등의 기회였다. '원래부터 정치보다 경제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평가답게,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극복과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세계에서 빠른 경제회복을 일궈냈다.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지는 건 당연했다.
◆2차 하강기(~지방선거): 경제호전에 방심했던 탓일까. 정부는 세종시 원안수정을 추진했다. 문제는 수정안 자체가 아니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친박)조차 설득하지 못한 법안을 '무작정' 밀어붙인 게 사단이었다. 소통을 외면한 MB정부에 국민들은 다시 실망했고, 결과는 6ㆍ2 지방선거 참패로 나타났다.
◆3차 상승기(~개각): 정부ㆍ여당은 다시 '겸손모드'로 돌아갔다. 정부는 친서민ㆍ친중소기업 행보를 시작했다. 때마침 야당의 해이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7ㆍ28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MB정부에 기회를 줬다.
◆더블딥(~현재): 권력이 원래 그런 것인지, 현 정부가 특히 심한 것인지, 이번에도 '착시'에 빠졌다. 재보궐선거 승리에 도취한 정부는 민심과는 전혀 동떨어진, 최악의 개각을 단행했다. 국민들은 여지없이 등을 돌렸다.
MB정부는 3차 상승국면이 시작된 지 불과 석 달도 못돼, 잘못된 개각 하나로 다시 하강하고 있다. 긴 침체 끝에 잠깐 살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고꾸라지는 현상, 경제로 치면 전형적인 '더블딥' 상황이다. MB정부는 지금 바로 이 '정치적 더블딥'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경제에서 경기변동을 최소화하는 제1원칙은 선제적 대응. 호황일수록 도취하지 말고 미리 '쿨 다운'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만약 MB정부가 정치적으로도 그렇게 했더라면, 2년 반 동안 무려 세 번의 사이클을 그리는 롤러코스터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몸을 낮추고 귀를 연다면, 개각 파동은 일시적 부진(경제용어로는 소프트패치)로 끝나고 다시 상승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터. 그렇게 못한다면 치명적 더블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성철 경제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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