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48> 상원사 동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48> 상원사 동종

입력
2010.08.31 12:01
0 0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동종이 국보 제36호로 지정된 강원 평창군 상원사에 있는 신라 종이다. 높이 1.67m의 비교적 큰 종으로, 몸통에 대칭되게 악기를 연주하면서 하늘을 나는 천녀상이 압권이다.

이 종은 원래 경북 안동의 남문 누각(樓門)에 걸려있던 것이다. 조선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 상원사에 머물면서 당시 스님의 소원을 듣고, 전국에 있는 동종을 조사하여 그 가운데 종 하나를 상원사에 두도록 명했는데 세조가 죽자 아들인 예종이 1469년 부왕의 뜻에 따라 이 종을 상원사로 옮겨왔다고 전하고 있다.

이 종은 상원사가 필요해서 만든 종이 아님을 알 수 있지만 조선 초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상원사에 있어 상원사 종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은 원래 불가에서 범종(梵鐘)이라 하는데 쳐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거나 때를 알려주는 도구로 마련된 것이다. 불교에서는 지옥에 있는 중생들을 위한다거나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을 부처님 품으로 이끌어 주고 듣는 이의 마음을 맑게 한다는 등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종은 상원사와 함께 불타 없어질 운명에 처한 일도 있었다. 한국전쟁 때인 1951년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흥남철수가 있기 직전 국군이 전선에서 밀리게 되자 강원도 오대산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국군은 후퇴하면서 사찰에 있는 스님들도 떠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사찰을 불태우게 하였다. 그것은 적에게 사찰이 보급기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전에 따른 것이었다. 이 때 8각9층탑이 있는 월정사는 불타게 되었지만 상원사는 온전했다. 이유는 상원사에서 27년간 수행하고 있던 방한암(方漢岩 )스님이 군의 명령에 굴하지 않고 절은 지켰기 때문이다. 당시 국군이 법당에 불을 지르려 하자 스님이 법당에 앉아 “나도 같이 불사르라”며 맞섰고, 국군은 겨우 법당 문짝만 뜯어 연기를 냄으로써 마치 불타고 있는 것처럼 속여 상원사종이 온전하게 보존되었다.

그러나 월정사는 불에 타면서 애석하게도 1948년 미천골 선림원터(禪林院址)에서 발견되어 월정사 종각에 보존되어 오던 선림원 종은 종각과 함께 불에 타 파괴되었다. 상원사종에 버금가는 신라의 동종 하나가 전쟁의 참화로 없어진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발견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원사 동종은 종에 새겨놓은 문자를 통해 신라 성덕왕 때인 서기 725년 만들어졌음이 밝혀져 올해 나이가 1285세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성덕왕 때 황룡사 대종이 만들어 졌고 45년 후 성덕대왕 신종이 주조됨으로써 이 무렵 독창적인 형태의 신라 종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종을 매다는 고리인 용유(龍紐)와 함께 소리를 내는 용통(甬筒)과 몸통의 윗부분에 서로 대칭되게 네 곳에 유곽(乳郭)을, 중앙에는 비천(飛天)상을 대칭으로 마련하고 마지막으로 종을 치는 연꽃형태의 당좌(撞座)을 마련함으로써 형태적 완성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절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종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