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페루 FTA 협상 타결은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력산업의 수출확대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에너지 자원 확보 등을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31일 "페루는 우리와 교역 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칠레에 이어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아직 페루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비교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페루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과 주요국 제품의 경합도는 일본 42.09, 미국 21.46, 중국 19.56으로 우리의 최대 경쟁국은 일본이다. 경합도란 수출품목의 유사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수혜 업종
이번 FTA의 가장 큰 수혜 품목은 단연 자동차. 한국산 자동차의 페루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23%로, 50%가 넘는 일본산 자동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FTA 체결로 9%에 달하는 관세가 상용차는 바로 없어지고 3,000㏄ 미만 승용차도 5년 안에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일본차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큰 폭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KOTRA 관계자는 "현지의 한국 차 판매 딜러는 10% 이상의 판매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제품의 경우 LCD TV 등 고가 제품 중심으로 수출이 늘 전망이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17%, TV는 9%의 관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철폐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다만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제3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물량은 FTA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페루는 2003년 이후 건설시장이 매년 20%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건설 중장비 등의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
우리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페루산 물품의 수입 증가도 예상된다. 특히 10%에서 최대 22% 관세가 붙는 냉동, 조미오징어는 페루산의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페루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대왕오징어로 우리 연근해에서 잡히는 오징어와는 어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일반 소비자가 즐기는 오징어 가격이 폭락하거나 관련 어민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페루산 커피는 협정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없어지지만 관세율이 2%인데다 국내 커피업체들이 주로 브라질, 콜롬비아 산을 쓰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개발
중남미는 정부가 자원외교 부문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 페루도 '광물 부자나라'인 만큼, 이번 FTA 체결로 자원확보에 청신호가 기대된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SK에너지, 대우인터내셔널, 케드콤, 골든오일 등 5개 기업이 페루 내 9개 유전광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석유공사가 페루에서 공격적으로 석유 시추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 페루에 진출한 SK에너지도 6월 액화천연가스(LNG) 액화 공장을 준공해 페루56광구, 88광구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액화해 수출할 예정이다. 또 현재 4개 유전, 가스전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은 페루 유전개발에 8억달러를 투자했다"며 "FTA를 계기로 에너지, 광물 자원분야에서의 현지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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