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아닌 신인작가의 작품으로 읽어주세요”
현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파견근무 중인 서울고법 소속 도진기(43) 판사가 범죄 추리소설 ‘어둠의 변호사’의 1, 2권 과 을 동시에 출간했다.
이 책은 판사 출신 변호사와 강력계 형사가 때론 의기투합하고 때론 충돌하면서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도 판사는 “현직 판사여서 실제 사건들을 소재로 썼다고 오해하는데, 제 작품은 100% 순수 창작물”이라며 “판결문처럼 딱딱한 문체를 쓰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지금까지 법원 업무에만 집중해 온 도 판사는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지난해 일본 추리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다 보니 6개월 새 100권이 넘더라”며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트릭과 줄거리 등을 토대로 글을 쓴 것이 출판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작가로서는 이제 한 발 내디딘 그지만 첫 작품인 단편 ‘선택’으로 올 여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미스터리 신인상을 거머쥔 경쟁력 있는 신인이다.
그의 집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 평일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나 도 판사는 “골프나 술을 하지 않아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며 “지난해 11월 처음 글을 쓸 때는 괜히 부끄러워 초등학교 2학년 딸과 아내에게 숨기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또 그는 판결이 아닌 다른 활동으로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껴 필명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 판사는 “추리 소설을 쓰는 것이 판사 업무에 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감출 일도 아니라고 판단해 실명으로 작가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 판사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미스터리 작품을 계속해서 쓰고 싶다”며 “우리나라 추리소설들이 일본의 큰 시장에 진출해 일본 소설계의 ‘한류’를 일으키는 것도 바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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