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등을 돌렸을까. 미 행정부의 부유층에 대한 여러 비우호적인 조치들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하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부자들이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오바마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건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5만달러 이하 계층의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초보다 무려 24% 떨어졌다. 5만~10만달러 계층은 13%, 10만~15만달러는 17% 하락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계층인 15만달러 이상은 4% 하락에 그쳤다. 취임 초 오바마 대통령에 가졌던 기대감이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다.
이 결과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부유층에 대해 재정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다소 의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가 올해를 시한으로 시행했던 감세 조치를 경기상황을 감안해 연장하되 부유층에 대해서만은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커지는 재정적자를 부유층의 세금으로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감세 연장 문제는 지금 월가의 핫 이슈로 떠올라 있다. 3월 서명된 건강보험 개혁입법은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재원 확충의 주된 수단으로 하고 있다.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금융개혁법 역시 월가의 큰손들의 비도덕적인 돈벌이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자들이 오바마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부자들의 정치성향이 경제적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진보성향이거나 도시거주자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크다. 여기에는 부자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감을 덜 느끼고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자리를 잃고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측은 중산층 이하이고, 부자들은 돈 걱정보다는 여전히 ‘사회적 이슈’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사회개혁의 추동력은 경제악화로 지지권에서 이탈한 서민층이 아니라 부유층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유층을 지지권에 묶어놓는다는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는 큰 재산이다. 우선 이들은 선거자금 기부의 큰손들이다. 부자들은 또 다른 계층보다 선거 참여율이 월등히 높다. 유권자명부 등록률이 다른 계층의 2배에 달한다.
캔자스 같은 가난한 주(州)가 공화당 지지세로 넘어간다고 해서 민주당에 경보음이 울린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공화당에서 코네티컷 같은 부유한 주가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한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