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는 8ㆍ8 개각 실패에 따른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 문책과 인사 검증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의원들은 연찬회장에서 공식 발언은 안 했지만 삼삼오오 모여 청와대를 비판했다.
중립성향 주광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인사 검증라인이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만일 알고도 인사권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거나 자신의 소신을 펼치지 못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실무진에서 제대로 해서 올렸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을 농단한 특정인맥들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선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도덕성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되겠다'고 대통령이 생각 하는 게 더 큰 문제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청와대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중립성향 권영진 의원은 "후보자들이 사퇴했고 청와대와 당도 얘기를 확실히 한 만큼 이제 문을 닫아야 한다"며 "더 이상 왈가왈부하면 국민이 안 좋게 본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안상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9월 초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통해 당ㆍ청간 소통 강화를 건의 할 것"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도 함께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맹형규 행안부 장관처럼(행정고시 폐지 발표를 일방적으로)하면 안 된다. 앞으로도 그런 식이면 정부가 가져오는 모든 안건을 비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연찬회 발언을 통해 "당정협의를 강화해 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의원 140여명이 참석했으며 '2011년도 예산안 및 세제개편'과 4대강 살리기 사업, LH공사 부채 문제에 대한 정부측 보고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진땀을 흘려야 했다. 주성영 의원은 "혼자 중얼중얼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제정책을 잘하더라도 국민이 이를 못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권영진 의원도 "정부는 말만 서민이라면서 실제로 예산은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의원들은 당ㆍ정관계 강화 차원에서 장관과 차관들이 연찬회에 참석한 가운데 처음으로 13개 상임위별로 당정협의를 동시에 갖고, 정기국회 처리중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국토해양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현안보고 과정에서 대학 강의 유형을 거론하며 "30대 교수는 필요한 내용을, 40대는 중요한 것을, 50대는 아는 것만 가르친다. 60대는 생각나는 것만 가르치며. 70대는 죄송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며 노년층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천안=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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