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격 방중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북한과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30일 오후 8시를 조금 넘어 기다렸다는 듯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동시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을 보는 양국의 미묘한 시각 차를 반영하듯 '6자 회담'에 방점을 둔 중국 매체와 달리 북한 매체는 '후계 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오후 8시2분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중 정상회담이 27일 창춘(長春)에서 개최됐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김 위원장이 26일부터 30일까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여기까지는 안전 문제를 고려해 김 위원장이 귀국한 뒤 방중 사실을 보도하는 북중간 관행대로였다.
하지만 북ㆍ중 매체들이 각각 무게를 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차이가 있었다. 신화통신이 소개한 김 위원장의 언급은 '조속한 시일 내 6자회담 재개 희망'이었던 반면 조선중앙통신의 경우 '북중 친선 바통의 후대 전달'이었다. 후 주석의 발언을 두고도 중국 측은 '6자회담 조속 재개', 북한 측은 '중조 친선 관계 수호 희망'에 방점을 찍었다.
또 중국 매체에는 '긴밀한 대화 협력', '한반도 비핵화', '긴장국면 완화', '개혁ㆍ개방 성과', '경제발전과 민생개선' 같은 용어가 자주 인용됐다. 이에 비해 북한 매체들에는 '조중(북중) 친선', '역사의 풍파와 시련', '전통적 선린우호'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한반도 문제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대한 북중간 미묘한 관심사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방중 당시에도 중국 측 보도에 빠져 있는 양국 간 '선린'이라는 단어를 북한 측이 여러 차례 사용하는 등 양국 매체 보도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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