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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개각 실패가 여야에 남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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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개각 실패가 여야에 남긴 얘기

입력
2010.08.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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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정권 후반기 내각이 시작부터 누더기가 돼 버렸다. 총리 후보자란 사람은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막아 보려고 그랬는지, 그를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다 여론이 악화하자 사퇴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각종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으면서 같은 길을 걸었다. 더 한심한 것은 살아남아 장관으로 임명된 사람들도 이들 못지않게 찝찝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위장 전입부터 탈세,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까지 붙은 의혹이 너무 화려해 그냥 두고 보기 아까울 지경이다.

이러다 보니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었다. 죄송 청문회가 연일 계속되면서 국민들은 모두 스트레스성 소화불량 환자가 돼 버렸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죄송하면 그만두라"는 일갈에 국민들이 환호한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정확히 2년 6개월 전 이 대통령의 첫 조각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장관 후보자 가운데 3명이 이런저런 의혹에 휩싸여 그만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며 내놓은 장관 후보자들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이후 개각도 사퇴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속 시원히 넘어간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 대통령이 인사에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뽑을 때 도덕성을 무시하고 소위 '능력 위주'로 간 것이 문제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내각 인선 기준을 "능력 있고 국가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제시해 도덕성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이후 실제 인사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됐는데 이것이 화를 키운 것이다. 이번에 3명이 사퇴한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모두가 능력과 경력을 갖춘 사람들인데 안타깝다"고 말해 능력지상주의자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유념할 것은 이 대통령이 첫 번째 조각에서 실패한 이후 쏟아진 비판들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8년 3월 4일자 '편집국에서' 칼럼에서 필자는 첫 조각 실패에 대해 언급하면서 능력이 뛰어나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었다. 당시 필자는 '이런 사람은 비리를 저지르고 국민을 기만하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쓰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도덕성을 인선의 한 요소가 아닌, 가장 핵심 요소로 두라'는 조언도 했었다. 당시 이런 유의 지적은 보수 언론, 진보 언론 가릴 것 없이 다 나왔다. 그때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였으면 매번 인사 문제로 이렇게 후유증을 앓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년 6개월이나 남았고 인사도 수없이 해야 한다. 이제라도 방식을 바꾼다면 임기 말쯤엔 인사 잘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야당도 이번 사태에서 배울 것이 많다. 솔직히 야당에서 능력 좀 있다는 사람들 가운데 도덕적으로 명쾌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인선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궁지에 몰린 이 대통령을 보면서 즐기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야당부터 도덕성을 인선의 제일 요소로 삼는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지금 야당이 공격하는 기준(이 기준은 지극히 타당하고 합리적인 것이다)에 자신들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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