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찜찜하다.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 문제 말이다. 위장전입은 명백한 위법이고 불공정 행위다. 위장전입을 한 사람이 아무리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인다 해도, "자녀 교육을 위해서였다"며 감성에 호소하더라도, 그가 더 이상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게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여론이었다.
그런데도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난 청문 대상자 4명 중 3명이 살아 남았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네 번이나 위장전입 한 게 결정적 사유가 돼 위장전입 전력자 중 유일하게 낙마했다.
반면 두 번 위장전입 한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과 각각 한번씩 한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현동 국세청장은 30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 한 사실을 실토했지만 그의 국회 인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이야기는 아직 없다.
위장전입을 했더라도 두 번까지는 봐 주기로 한 것일까. 책임 있는 여권 인사들 중 아무도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못한다. 하물며 "이번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위장전입 전력자를 쓰지 않겠다"는 시원한 약속도 없다.
위장전입에 대해선 현 정권이 떳떳하게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운찬 전 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귀남 법무부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민일영 대법관 등은 위장전입 전력에도 불구하고 고위직에 임명됐다. 이 대통령에게도 다섯 번 위장전입 한 과거가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권은 고위층의 위장전입에 대해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위장전입과 관련한 현 정권의 '부끄러운 과거'를 용서받는 길이다.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면,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한 사회'와 '법치주의'는 빛이 바랠 것이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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