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조현오 신임 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을 놓고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또 다른 오기 인사’라며 반발했고, 한나라당은 사퇴 논란을 촉발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역공을 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정부ㆍ여당은 총리 후보자 및 장관 후보자 2명의 사퇴로 정치적 흥정을 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민심의 눈높이, ‘4+1’(위장전입ㆍ투기ㆍ탈세ㆍ병역기피+논문표절) 원칙과 명분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재단도 이해찬ㆍ한명숙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조현오 청장 임명은 조 청장의 패륜적 범죄행위에 동조한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총리 후보자 한 명과 장관 후보자 두 명이 사퇴했으면 된 것 아니냐”(권영진 의원)는 기류가 주를 이뤘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명계좌 존부(存否)에 자신이 있으니까 (조 청장을) 임명한 것 아니겠느냐”며 야당이 굳이 조 청장을 낙마시키겠다면 차명계좌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특검이 아니라 ‘별검’을 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규명해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민주당이 지키겠다”고 맞섰다.
다만 민주당도 내부적으로는 조 청장 사퇴 공세에만 매몰될 경우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세의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정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너무 욕심을 내면 안 된다”며 “대변인이나 상임위 차원에서 사퇴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대표가 앞장서 그만두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 청장과 관련한 추가 의혹 제기 등의 상황 변화가 없으면 청문회 정국은 사실상 정리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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