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 중 하나는 북한의 경제난 극복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었다. 특히 동북3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동북진흥정책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동북3성은 북한과 흡사한 점이 많다. 동북3성의 발전방향을 본받아 경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이 같은 점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지린(吉林)성의 지린과 창춘(長春),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하얼빈(哈爾濱)을 돌아봤다. 앞서 지난 5월 방문에서 김 위원장이 랴오닝(遼寧)성의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을 방문해 현지 산업시설을 돌아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두 번의 방중을 통해 동북3성(지린ㆍ랴오닝ㆍ헤이룽장) 경제시찰 행보를 완료한 것이다.
중국은 동북3성을 중심으로 낙후한 동북지역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경제 성장으로 균형 발전과 분배의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서부 대개발과 함께 반드시 완성해야 할 주요 정책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 지린과 창춘은 중국이 동북지역 개발의 핵심으로 꼽는 지역이다. 중국 정부는 창춘과 지린, 투먼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 개발계획’을 지난해 확정했다. 문제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모두 자체 항구가 없다는 점이다. 항구를 확보하지 못하면 물류의 제한으로 인해 경제 발전이 쉽지 않다. 중국은 이미 북한 라진항 부두를 10년 간 임대한 상태이지만, 거점 항구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형편이다. 때문에 창지투 개발계획을 필두로 하는 동북3성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접한 북한의 추가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창지투 지역과 라진ㆍ선봉 지역의 전면적인 경제 협력이 중국이 바라는 그림인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이번 동북3성 시찰 완료는 경제 개발을 둘러싼 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의 경제 협력이 구상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 역시 최근 연지(延吉)에서 열린 투자교류회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등 경제난 돌파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서는 동북3성 개발을 위해 훈춘을 통해 북한의 라진ㆍ선봉으로 연결되는 동해 출항로가 절실하다”며 “개혁개방의 필요성과 중국의 동북지역 발전 의중을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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