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아등바등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두 자릿수를 넘본다. 감히 맞부딪힐 생각을 못 하던 빅3도 종종 제친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 얘기다. 지난 27일 오후 11시 Mnet과 KMTV에서 방송된 ‘슈퍼스타K 2’가 합계 8.48%(Mnet, KMTV 각각 8.24%, 0.23%ㆍ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 채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시간대 전체 채널 가운데 최고였던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10.3%)의 바로 턱밑이다. ‘화성인 바이러스’ ‘러브스위치’ 등(이상 tvN)도 2~3%의 벽을 뚫고 솟으며 시청률 집계 그래프에서 무시 못할 꼭짓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약진 배경은 무엇일까.
따라가지 않는다. ‘따로’ 간다
가장 큰 이유는 차별화다. 지상파 채널에서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케이블 채널에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2’의 김용범 CP는 그것을 특화와 집중으로 설명했다. 그는 “큰 규모의 상금(2억원) 설정, 수십 만 명이 참여한 오디션 진행, 수상자의 음반 발매 등은 음악 콘텐츠에 특화된 Mnet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음악채널이기 때문에 음악에 ‘올인’해도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만들더라도 Mnet처럼 14주씩 연이어 방송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외형은 비슷하더라도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될 경우 독특한 색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러브스위치’의 경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피에 진행자도 지상파의 단골 MC인 이경규와 신동엽이다. 그런데 서른 명의 미혼 여성들이 남성 출연자들을, 쇠고기 등급 매기듯 하나하나 깐깐히 뜯고 씹으며 적나라한 대사를 쏟아놓는 것은 지상파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장면이다. 이런 차별화는 케이블이 갖는 상대적 자유로움이 스타들을 한 프로그램에 여럿 캐스팅하기 힘든 현실적 제약과 맞물려 일어난 화학작용이기도 하다.
선정적? 마니아들에게 물어봐
과거 케이블TV의 흡인력은 선정성에 비례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적잖은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지금도 이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자극적 소재와 형식이 갖는 상품성은 케이블 업계 내에서도 이제 약발이 떨어져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높은 시청률로 이슈가 된 대표적 프로그램이 tvN의 ‘tvNgels’인데 처음의 환호작약은 시간이 갈수록 우려로 바뀌었다. 선정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광고주들이 시청률 못잖게 사회적 비판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 살아 남기 위해서 ‘자극’에 목 맸던 케이블 채널이,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상식의 범주 내에서 자극을 활용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요즘 케이블 프로그램의 시청률 약진은 마니아층이 형성돼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 CP는 “2~3%의 시청률은 리모컨 재핑(넘기기)을 하다 걸린 시청자만으로는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바쁜 와중에도 ‘슈퍼스타K’ 등 꼭 챙겨보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우리 곁에 있지만 잘 모르는, 그래서 궁금한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행동이나 깜짝 놀랄 만한 노래 실력이 구미를 당긴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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