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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직인사 '조언과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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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직인사 '조언과 동의'

입력
2010.08.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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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플레밍거 감독의 1962년 할리우드 영화 는 미 상원의 국무장관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를 그렸다. 병약한 대통령은 권력 승계 1순위인 부통령의 능력을 의심, 자신의 사후에 외교정책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인물을 새로 국무장관에 지명한다. 집권 다수당과 야당 모두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반대세력은 상원 외교위 청문특위에서 장관 지명자의 대학시절 공산당 가입 전력을 폭로한다. 선량한 인상의 배우 헨리 폰다가 연기한 지명자는 폭로 사실과 증인의 신뢰성을 단호히 부인, 위기를 넘긴다.

■ 그러나 그는 선서를 어기고 거짓말을 했다고 대통령에게 털어놓고 지명 철회를 요청한다. 이를 거절한 대통령은 집권당 소속 청문특위 위원장이 또 다른 증인의 은밀한 고백을 듣고 지명 철회를 건의하자, 고위 공무원인 증인을 해외로 내보낸다. 특위 위원장은 군대 시절의 동성애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고민하다 자살한다. 대통령은 집권당 원내대표에게 협박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어 국무장관 인준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청문특위와 외교위는 호의적 청문보고서를 본회의에 제출한다.

■ 인준 표결을 위한 상원 본회의에서 반대세력 리더는 거듭 반대를 천명했으나 다른 의원의 동조를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집권당 원내대표도'비극적 상황'을 고려해 소속 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자유투표를 허용한다고 선언한다. 의원들이 차례로 일어나'찬성'또는'반대'를 표명하는 호명 투표는 결국 찬반 동수에 이른다. 원내대표가 상원의장인 부통령에게 캐스팅보트 행사를 요청하려는 순간, 경호원이 부통령에게 메모를 전한다. 부통령은 표결 불참과 인준안 부결, 그리고 대통령의 서거를 알린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 영화 제목에 쓰인'advice and consent' 는 미 상원의 조약 비준과 고위공직자 인준 권한을 규정한 헌법 조문에 명시된 용어이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강력한 대통령과 의회의 민주적 견제 사이의 균형을 고심한 끝에 상원의'조언과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대통령의 의무이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의회의 권한으로서 한층 중요하다. 우리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는 미국을 본떴다지만 제도와 실질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국회, 어느 쪽도'조언과 동의'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했다. 총리 지명자 사퇴 파란이 이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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