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신임 경찰청장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사과로 시작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등 막말 파문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심려를 끼쳐드렸다. 모든 허물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조 신임 청장은 성과주의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듯 “모든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승화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대표적인 성과주의의 부작용으로 거론된 서울양천경찰서의 피의자 폭행사건에 대해 “제2, 제3의 양천서 사건은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후 참석한 경찰관과 전의경 등 600여명이 일제히 박수를 칠 때도 시종 무표정했다.
취임식을 지켜본 한 총경은 “총리,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사퇴한 것과는 달리 조 청장은 내부교육 때 한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가 됐을 뿐 도덕적으로 투명하고 조직 관리도 잘 해왔다”며 “경찰이 빠른 시일 안에 안정을 찾고 발전을 이루는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총경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많은 것을 느낀 만큼 조직 내 소통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 성과주의 등 논란이 된 정책들도 개선책이 모색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선의 분위기는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 경위는 “차명계좌 발언, 위장전입 등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장으로 임명돼 경찰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B 경위는 “실적 부풀리기, 피의자 가혹행위 같은 성과주의의 부작용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청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의 분위기처럼 성과주의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센 데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 간부는 “갈등을 봉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따른 명예훼손 고발사건도 변수다. 현직 경찰청장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이날 이해찬ㆍ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ㆍ이재정 전 장관 등은 서울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청와대에 요구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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