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A씨는 ‘재심대상’으로 분류돼 별도의 사무실로 이동해 따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불법체류를 하다 5년 전 강제 퇴거된 B씨와 생일이 같다는 점이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일단 여권상 이름과 생년월일은 정확했다. 위조여권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스캐너 위에 양손 검지손가락을 대자 상황이 달라졌다. A씨는 여권에 기재된 이름일 뿐, 실제로는 B씨가 맞았다. A씨 이름으로 발급받은 위명(僞名)여권을 사용해 재입국을 시도했던 것. 덜미가 잡힌 그는 결국 다시 강제퇴거 조치를 당했다. 최근 시범가동에 들어간 ‘외국인 지문확인시스템’으로 우범외국인을 적발한 첫 사례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본부장 석동현)는 범죄우려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국 22개 공항과 항만에서 외국인지문확인시스템을 9월 1일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30일 밝혔다.
지문확인 대상자는 ▦국제테러범과 인적사항이 유사하거나 분실신고된 여권을 소지한 자 ▦위변조ㆍ위명여권을 통한 신분세탁 의심자 ▦여행경로가 특이하고 출발 당일 현금으로 편도항공권만 구매한 자 등이다. 정보 분석관들은 승객 리스트에서 지문확인 대상자를 발견하면 심사대로 통보하고, 이후 심사관들이 지문확인 및 안면 대조를 하게 된다. 이후에는 경찰청과의 공조를 통해 외국인범죄자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우범 외국인을 적발하게 된다. 종전에는 여권을 통해 신상명세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해 신분세탁을 거친 외국인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으나, 이제는 철저한 검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법무부는 11월 G20 정상회의 전까지 인터폴과 공조해 해외 범죄자 DB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석동현 본부장은 “G20 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국내 치안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문 등 개인정보는 공공의 안전과 국익 차원에서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단계 사업으로 범법 외국인 23만명의 지문과 43만명의 얼굴정보를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에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2단계), 하반기까지는 모든 외국인(3단계)을 대상으로 지문확인시스템을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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