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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오바마 오늘 종전 선언… 미군 떠난 이라크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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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오바마 오늘 종전 선언… 미군 떠난 이라크의 운명은?

입력
2010.08.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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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1일 저녁(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을 통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임무 종료를 공식 선언한다. 이로써 이라크전 개전 7년 5개월 만에 전쟁 임무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라크군 훈련요원 5만여명이 남아 있지만, 이마저도 내년 말까지 전부 본토로 철수할 계획이다.

이라크의 안정이 오로지 이라크인들의 손에 맡겨진 지금, 이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치안 공백이다. 강경 수니파와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들은 미군의 전투임무 종료를 기다렸다는 듯 이달 들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이 처음으로 5만명 이하로 줄어든 다음날인 지난 25일 바그다드를 비롯해 팔루자, 키르쿠크, 바스라 등 이라크 전역에서 크고 작은 자살폭탄 테러와 공격이 일제히 벌어져 64명 이상이 숨지고 190여명이 다쳤다. 17일에도 바그다드의 군 건물 앞에서 자폭 공격으로 59명이 숨졌고, 7일에는 레이먼드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 사령관이 전투 임무의 이라크군 이양을 선언하는 것에 맞춰 라마디와 팔루자에서 각각 차량폭탄이 터져 50여명이 사망했다. 카심 알 무사위 이라크군 대변인은 “무장세력들이 이라크 치안당국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앞으로 며칠 사이 테러 행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라크 당국은 이에 따라 대 테러 경계태세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군 25만명, 경찰 50만명 등 전체 치안 인력을 총동원해 공격을 저지할 계획이지만 이라크 군경의 능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바바키르 제바리 이라크군 참모총장은 2020년이나 되어야 이라크군이 독자적인 치안유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달 중순 여론조사 결과 이라크인의 59.8%는 ‘미군이 철수하기에 지금이 적절한 시기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39.5%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라크 정치권은 지난 3월 총선 이후 5개월 넘게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현 집권당인 법치국가연합과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야권 정당연맹체 이라키야 간 연정 구성 협상이 진행 중인데,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주변국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며 역내 긴장이 높아지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현 정권이 재집권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수니파가 대거 포함된 이라키야의 집권을 바라고 있다. 특히 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의 대 이라크 영향력 확대는 중동 정세를 혼돈에 빠트릴 가능성도 있다. 이라키야를 이끄는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는 29일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라크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외국으로 인접한 이란을 꼽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석유의 저주’에 빠진 이라크 경제

7년여의 전쟁을 끝낸 이라크 국민들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경제발전일 것이다. 이라크는 세계3위 산유국으로 잠재력이 큰 나라다. 그러나 석유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발전에 독(毒)이 되고, 국민들을 빈곤의 나락으로 몰아내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석유산업은 이라크 정부 세금수입의 95%,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한다. 석유가 경제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도 석유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이라크 정부가 국토의 90%를 소유하고, 주요 제조업체도 거의 정부 소유로 돼 있어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자체적으로 한해 15억 달러의 대출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이라크 은행들의 대출액보다 많다.

이라크의 현실은 산유국들을 따라다니는 ‘석유의 저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석유의 저주’란 석유가 풍족한 국가들이 제조업 등 다른 경제산업을 등한시하고, 석유이권을 지닌 국가 권력자들은 쉽게 부패하며, 이로 인해 소수의 대형 석유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실업과 빈곤으로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석유를 쥐고 무위도식하는 권력층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로 철저히 분리된 이라크의 경제 현실을 지적하고, 수도 바그다드의 시민들이 하루 3시간만 전기를 공급받는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전 자문역이었던 모와팍 알 루바이에는 “제대로 된 규범을 갖춘 자유시장 경제를 이라크도 가져야 한다”며 “이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다”고 한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재건비용 537억달러(약 64조원) 중 10%가량인 50억달러 이상이 허투루 쓰였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바그다드 북쪽 사막에 4,000만달러의 교도소를 만들었으나 텅비어 있고, 1조6,500만달러를 들어 남부에 어린이 병원을 만들었지만 방치된 사례 등을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오바마의 전략 성공할까

행정부 수반으로서 건강보험 개혁법, 금융개혁 법을 강하게 밀어붙여 ‘싸움꾼’으로 평가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지만 국군 통수권자로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비둘기파’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개의 전쟁을 “마지못해 치르는” 그것도 “국내문제보다 중요치 않게” 취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현재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평가와 달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의 결단력 갖춘 최고 지휘관으로 변신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라크 전투임무 종결과 맞물려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임기 초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에 ‘어정쩡한’자세를 유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시 행정부 시절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했던 대통령 주재 장성급 화상회의도 없애고 전쟁과 관련한 모든 상황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 맡기는 듯했다. 임기 1년 반 동안 국방부를 방문한 것은 단 한번에 불과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을 2011년 7월부터 시작한다고 못 박은 대신 아프간 미군 병력을 3만명 증강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군부의 병력 증가 압력과 전쟁 반대론자들의 정치적 압력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 참모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이 지나면서 최고 군통수권자로서의 임무를 빠르게 이해했으며 군부에 대한 주도권도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대통령은 두 전쟁에 사로잡혀 중요한 국내 상황을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보이지 않으려 조심할 뿐 임기 초반부터 결연했다”고 NYT에 말했다. 모든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연구하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예멘과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등 테러세력에 대한 무인폭격기 공격 확대도 오바마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린 명령에 따른 것이다.

아프간 전략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해 물의를 일으킨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아프간사령관 경질 과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군부를 통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게이츠 장관은 “나는 그를 질책하는 선에 그칠 생각이었으나, 대통령이 경질하자고 했으며 그게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ㆍ아프간 전쟁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은 오바마 특유의 ‘선택과 집중’업무스타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게이츠 장관의 해석이다. 국내 문제를 일단락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조기 철군의 전제로 2만1,00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증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문제 해결 후 병력증강을 통해 이라크 전에 집중했듯이, 이번에는 이라크전을 일단락한 후 아프간 전에 몰두하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외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철군 시한을 지켰다. 이 같은 집중 전략이 ‘제2의 베트남전 악몽’에서 미국을 구해낼 것인지. 아니면 미군 철수 후 이라크가 혼란에 빠지면서 새로 집중할 아프간에도 악역향을 미쳐 두 배의 충격을 받게 될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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