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폴크스바겐 본사 볼프스부르크에서 드레스덴을 잇는 14번 고속도로. 이른바 아우토반이다. 최고 시속 250㎞를 찍는 순간 정숙함 때문에 타고 있던 차를 다시 보게 됐다. 주인공은 뉴 페이톤.
2002년 첫 생산 후 8년 만에 새로 나온 2세대다. 400㎞에 가까운 구간을 대부분 시속 200~220㎞로 달렸지만 차는 안정감 그 자체였다. 특히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지역을 지날 때도 차체는 놀라울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바람 부는 날 영종대교 위로 당당하게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드레스덴 시내 주행에서도 뉴 페이톤의 당당함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절한 제동, 크기를 의심케 하는 좌우 회전 반경 등은 주행의 부드러움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외형은 페이톤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고전적 선을 그대로 살렸다. 구형에 비해 강조된 앞면의 크롬 도금은 독일 전차의 강인함을 연상시킨다. 후미등과 안개등은 발광다이오드(LED)로 처리, 우아함을 더했다. 절제된 계기판 주변과 수작업으로 제작된 마감재의 실내 디자인도 합격점이다. 다만, 운전석에서 창문을 조작하는 버튼이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어깨를 살짝 낮춰야 조작이 가능하다. 서양인 체격을 기준으로 제작된 탓이다.
페이톤 시리즈는 폴크스바겐의 2018년 세계 정상 등극을 선도하는 대표차종(플래그십)이다. 드레스덴의 전용 투명유리 공장에서 벤틀리의 차대(플랫폼)를 이용해 하루 24대만 생산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박동훈 폴크스바겐 코리아 사장은 “BMW의 7시리즈가 자리를 잡는데 20년 가까이 걸렸다”며 “폴크스바겐이 페이톤의 판매보다 평판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V6 3.0 TDI 9,130만원, V8 4.2 노멀 휠 베이스 1억1,280만원, 롱 휠베이스 1억3,790만원에 국내 판매 예정이다.
드레스덴(독일)=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