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정치인의 운명을 가르는 치명적 독이 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결정적 이유도 그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었다. 그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07년 전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말한 것이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난 순간 여당 의원들마저 "이제는 포기해야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 후보자는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부린 것, 부인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쓴 것 등에 대해서도 말 바꾸기를 했고, 이는 그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여론은 정치인과 공직자의 크고 작은 위법 사실보다 거짓말에 더 크게 분노한다. 신뢰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 국민 정서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낙마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도 자신의 거짓말에 발목을 잡힌 경우다. 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2004년 기업가인 박모씨와 부부동반으로 일본에 골프 여행을 갔던 사실을 부인했지만,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청문회 이튿날 검찰총장 내정을 철회했다.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2001년 5월 취임 43시간 만에 물러난 것도 '충성 메모'와 관련해 "메모를 본 적도 없다"고 했던 그의 거짓말 논란 때문이었다.
외국에서도 거짓말이 정치인의 운명을 가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4년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도청한 사실을 "몰랐다"면서 은폐하려 하다가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사임했다. 이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린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가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수모를 당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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