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29일 사퇴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출발부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된 김 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는 '정치공학적'인 접근과 측근들의 대거 기용으로 요약되는 8∙8 개각에 대한 비판 여론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한 사회'를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운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구상은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됐다.
아울러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40대 총리를 기용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구도를 관리하려던 이 대통령의 구상도 상처를 입었다.
후임 총리 인선 절차에 착수한 이 대통령은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는 인선을 마무리할 방침이며, 세대교체 인사 방침을 굳이 고수하지 않고 무난하고 흠결이 없는 인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지명 21일만에 사퇴한 김 총리 후보자는 2000년 인사청문회법 도입 이후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3번째 사례가 됐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언제부터 알았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여러 차례 말을 바꾸고, 은행으로부터 선거자금 10억원을 대출받은 것이 은행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27일 밤 사퇴 의사를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전했다. 여기에는 2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김태호 총리 불가론'을 밝힌 게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날 김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온 신재민 후보자와 '쪽방촌' 투기 의혹을 받아온 이재훈 후보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후보자들의 사퇴를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보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 기조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등의 추가 사퇴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원희룡 사무총장과 청와대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은 이날 밤 비공개로 당청 수뇌부 회동을 갖고 총리 및 일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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