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주식 대신 채권의 투자매력이 급부상하면서, 당초 안정적 수익만을 기대하며 해외채권형 펀드에 돈을 넣던 투자자들의 뜻밖의 높은 수익률을 누리고 있다.
29일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 해외채권형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AB글로벌고수익펀드’(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연초 이후 수익률(27일 현재)이 10.21%에 달하는 등 주요 해외채권형 펀드가 평균 9%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채권형(5.02%)은 물론이고 국내 주식형(2.52%)보다도 훨씬 높은 수익률이다.
‘더블 딥’공포가 끌어올린 수익률
해외 채권형 펀드의 선방은 ‘예상 밖의’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유럽 재정위기로 ‘더블 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 공포가 시장을 덮치면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국채로 몰려 들었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과 정확하게 반대 궤적을 걷는 금리는 같은 기간 급락해 올 4월 3.92%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7일 현재 2.646%로 내렸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도 7년만에 1%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최근 달러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도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을 했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 채권형 펀드는 원화 대비 달러가격의 움직임에 대해서만 ‘환 헷지’(위험회피)를 하고 해당 국가 통화에 대해서는 ‘헷지’하지 않는 게 관행인데, 최근 달러가 중국이나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통화대비 약세를 나타내면서 추가 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신흥국 위주로 투자하라
전문가들은 주식 대비 채권이 각광받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08년 12월 이래 제로수준(0~0.25%)에서 동결된 정책금리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던 인도와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도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 임진만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명확해지고 난 뒤에야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높은 수익률을 낸 ‘하이일드’(고수익ㆍ고위험) 채권보다는 신흥국의 국채를 주로 편입하는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2008년 12월 이후 가격이 80% 가량 올라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신흥국 채권은 금리의 절대 수준이 높은데다가 달러 약세 기조에 따라 환차익이 예상된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투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과 브라질 등을 투자 유망국가로 꼽았다.
물론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선진국 채권과 신흥국 채권을 포괄하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김용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상황에 따라 통화나 금리 정책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국가나 특정 지역 채권에만 투자하면 수익률 변동이 클 수 있다”며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 글로벌 펀드가 안정적 수익을 내기에 좋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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