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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뒷걸음질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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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뒷걸음질치는 미국

입력
2010.08.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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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우경화 경향이다. 과거에는 별 일 없이 넘어갔을 문제들이 이념 논쟁으로 비화하고, 인종주의나 배타주의적인 목소리가 판을 장악한다. 세태를 우려하는 의식 있는 지도자들의 고언이 없는 것은 아니나, 조그만 목소리에 그칠 뿐이다. 일부 보수 인사들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의식해 무책임한 색깔 공세까지 펼치면서 정치권이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다.

이민법과 뉴욕 모스크 논란

우경화 논란은 미 전역으로 확산된 불법이민자 단속문제와 뉴욕'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모스크를 짓는 문제로 촉발됐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애리조나주에서 시작된 이민법 논란은 수 십 개 주가 비슷하게 강력한 이민법을 채택하면서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다. 주된 단속 대상인 히스패닉계가 미국 사회에 갖는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불법으로 넘어와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르는'골칫덩어리'로 비칠 뿐이다.

모스크 논쟁 역시 무슬림을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해 이슬람 교리 전체를 '악의 종교'로 매도하는 점에서 이민법 논란과 닮았다. 종교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건국 이념을 갖고 있고, 수정헌법 1조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등의 목소리는 논란을 부추기는 '양념'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이슬람을 폭력과 억압, 단절의 종교로 규정한 상태에서 모스크 건립 논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말은 기대하기 힘들다.

두 사안만큼 선정적이지는 않지만, 미국 사회가 배타적으로 변하는 징후는 많다. 취직 문제가 그 중 하나다. 지금 미국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이 취직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우리 회사는 외국인을 뽑지 않습니다'라고 대놓고 얘기하는 회사들도 있다. 누가 능력이 더 낫느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백인이나 시민권자를 위한 일자리도 부족한 데,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한인 중에서도 유수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가 운영하는 세탁소나 세차장에서 일하거나,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2년 여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 때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든 것이 정치적 자산이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하와이에서 태어나 유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문화적 다양성, 하버드 법대 출신이라는 지성과 시카고에서 오랫동안 풀뿌리 공동체 활동을 한 '행동하는 양식'등은 대통령으로서의 성공에 충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였다.

오바마의 가치 되새길 때

그러나 지금은 이런 덕목들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 오바마의 현실정치가 빛을 잃으면서 다양성이 정체성 논란을 부르는 빌미로 전락한 때문이다. 인종화합 대신 인종갈등이 분출하고 이념과잉에 휩싸인 정치권은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전위대처럼 행동한 지 오래다.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은 기독교인으로서 매일 기도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고, 출생지가 하와이로 찍힌 대통령 여권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코미디이자 비극이다.

그의 취임에 즈음해 오바마 정부의 역사적 실험이 "역시 안돼"라는 냉소와 함께 '정치 단막극'으로 끝나고, 미국은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없지 않았다. 오바마의 가치가 제대로 착근할 수 있도록 미국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 가 싶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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