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나라의 관리이던 양일은 사람들을 시켜 이곳 저곳의 정보를 수집, 천리 먼 곳의 상황도 손금 들여다보듯 훤하게 알았다. 부하들은 양일이 천리를 내다보는 눈을 가졌다고 한데서 천리안이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천리안은 우리가 만든 정지궤도 위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을 풀어 발로 뛰며 천리 밖 정보를 얻는 대신, 첨단 과학기술 위성으로 하늘에서 천리를 꿰뚫어 본다. 우리나라의 12번째 위성이지만, 정지궤도 위성으로는 처음이다. 천리안은 지구의 자전속도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므로 한자리에 머물러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지궤도위성이라 한다. 통신에도 이용되고 해양과 기상 자료를 얻는데도 활용되는 다목적 위성이다.
몇 차례 발사가 연기되면서 애를 태우기도 하였지만, 천리안은 6월 27일 프랑스 아리안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인공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쏘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우리는 이제 하늘에서 우리 땅과 바다와 하늘을 감시하는 우리의 천리안을 갖게 되었다. 천리안은 우리나라 주변은 물론 남쪽으로는 타이완, 북쪽으로는 일본 홋카이도까지 샅샅이 살필 수 있다. 지리적 범위로 따진다면 천리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으니 '만리안'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앞으로 나로호 발사 경험을 통해 우주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위성을 쏘아 올린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천리안을 갖기 전까지는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해양이나 기상에 관한 위성자료를 받아서 일기예보에 활용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천리안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이웃 국가에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해양기상 위성자료 수혜국가에서 수여국가로 바뀌었다. 그만큼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향상될 것이다. 또한 천리안 위성자료를 바탕으로 전보다 더욱 정확한 일기예보가 가능하여, 기상 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천리안에서는 기상자료만 얻는 것이 아니다. 해양 환경과 어장에 대한 정보를 얻어 우리의 해양 영토를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적조 감시는 물론 수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어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해양 과학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천리안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다. 또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를 감시하고, 여름과 초가을의 불청객 태풍도 감시하며, 유류 유출 사고와 같은 각종 해양오염 사고도 감시하여 빠른 시간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천리안 위성은 최근 적외선 영상을 촬영하는데도 성공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우리 영토와 바다를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천리안은 한반도를 통과하는 동경 128.5도와 적도가 만나는 곳의 고도 3만6,000㎞ 위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앞으로 7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우리의 땅과 하늘, 바다를 위해 불침번을 설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과학기술자들이 노력한 결과이다. 그 결실의 혜택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과학기술의 나무에 더 좋은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도록 하려면 충분히 거름을 주면서 나무를 보살피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천리안보다 더욱 시력이 좋은 '만리안'이 곧 태어나서 우리 영토를 더욱 안전하게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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