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개월 여 만의 깜짝 재방중 일정을 마치고 어제 귀국한 듯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후계체제와 경제협력, 한미 군사훈련 공동대응 및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두루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북한의 향후 체제안정과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방중 결과가 다음 주 초에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가시화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다. 김정은이 이번 방중에 동행한 것이 확실하다면,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권력세습 동의 및 지지를 약속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일성 주석이 다닌 이원중학교와 바이산 공원 방문 등 이른바 혁명사적지'성지 순례'는 다분히 후계체제의 정통성 확보를 겨냥한 이벤트다. 여러 불안정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제 정부는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와 식량지원도 이번 방중의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조기 안정에 필수적인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다. 그 동안 논의가 무성했던 중국의 창지투 개발선도구역과 나선특구 등 북한 북부지역과의 연계 개발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방중이 북중 대 한미의 대결구도 심화를 뜻할 수 있다는 점은 걱정되는 측면이다. 천안함 사건 대응차원의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압박에 맞서 북ㆍ중이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기로 했다면,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게 뻔하다. 김 위원장이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외면하고 중국 방문에 나선 것도 좋은 조짐은 아니다. 다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중 정상의 보다 진전된 신호가 나온다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버리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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