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보가 있을 때까지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과거와 달리 청와대가 직접 나서 관련 사실을 브리핑하고 배경에 대한 설명까지 내놓으며 김 위원장의 방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북ㆍ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디브리핑’(사후 설명)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려 중국 정부에 디브리핑을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초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가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김 위원장 방중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에 대해 “북한 국내용인 것 같다”고 밝혔고, 26일 김 위원장 방중 직후에는 관련 사실을 자발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빠른 대응은 우선 5월 방중 때의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명박 대통령이 상하이엑스포 참석차 중국을 방문, 한ㆍ중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성사됐지만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또 김 위원장 방중 사실이 외국 언론을 통해 먼저 흘러 나오고 정부가 확인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의 중국행이 정부도 의아스럽게 생각할 만큼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과 중국 간의 외교적 사안이라 정부가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방중은 정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5월 방중에서 양국이 5개항의 합의문을 내놓을 정도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진 점으로 볼 때 이번 방중의 의도를 종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단 청와대의 발표처럼 긴급한 현안, 특히 북한 내부의 권력승계 문제를 김 위원장 방중의 1차적 목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후계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노동당 대표자회가 내달 초 44년 만에 열리고,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이 공부했던 지린(吉林)시 위원(毓文)중학교를 들른 점 등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다른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깜짝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의 두 차례 방중 행적은 2월말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다녀간 곳과 상당부분 겹친다. 김 부장은 이번 방중 코스인 위원중학교나 창춘(長春), 김 위원장이 5월 방중 때 거쳐간 다롄(大連), 톈진(天津), 선양(瀋陽)을 이미 답사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방중은 중국과 사전 합의 하에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 것일 뿐이며, 방중 목적도 중국 동북부 지역과의 협력 관계를 구체화하기 위한 경제지원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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