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시장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고 1990년대에 들어와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전됨에 따라, 경쟁력이란 말은 기업 부문과 정부 부문에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되어왔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 기업 정부 학교 지역이 저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거부할 수 없는 화두가 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
경쟁력은 효율성이란 말과 함께 보수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경쟁보다는 연대를 강조하는 진보주의자조차 그가 가까운 장래에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현실주의자가 되려면 경쟁력이란 차원을 배척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나깨나 강조하고 있는 경쟁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내고 있는 '세계경쟁력보고서'는 제도, 인프라, 거시경제 틀, 건강과 초등교육, 고등교육과 훈련, 시장 효율성, 기술기반, 기업 역량, 혁신 등의 요인들을 평가하여 세계 각국의 경쟁력 수준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는 경제적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요인으로 각국의 경쟁력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다양한 요인들로부터 나오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나라의 생산성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생산성은 투입 대비 산출로 정의된다. 기계설비의 성능, 인간의 능력, 기계와 인간의 결합 방식,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등이 개선되고 향상되면 생산성이 증대한다. 다시 말해서 생산성은 기술 진보, 제도 개혁, 문화 혁신을 통해 높아질 수 있다. 기계와 같은 물적 자본, 지식과 숙련과 창의성과 같은 인간 그 자체의 능력인 인적 자본,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와 같은 사회 자본이 생산성을 높인다.
21세기 경제를 흔히들 지식기반 경제 혹은 네트워크 경제라 한다. 지식이 가치 창출과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기계설비에 대한 투자나 건설 투자보다 사람에 대한 직접투자가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 서로 다른 경제주체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가치가 창출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사람들 간의 신뢰 형성이란 사회자본의 축적이 생산성과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그렇다면 만약 4대강 사업에 투입될 22조의 돈을 4대강 유역 대학들의 인재 양성에 투자한다면 국가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시장 경쟁의 미덕을 상찬하는 시장주의자들은 '경쟁력은 경쟁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주창한다. 그들은 경쟁이 이루어져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굳게 믿는다. 이런 생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쟁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예컨대 기업 내에서 노동자들간의 경쟁은 협력 분위기를 해쳐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경쟁력은 경쟁뿐만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도 높아질 수 있다. 노동자간 협력, 노사협력, 기업간 협력이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교육투자와 사회자본 중시해야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기업이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을 때 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그럴 경우 노동자의 숙련 축적이 되지 않아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경쟁사회에 휘말려 불안한 삶보다 협력사회에 감싸여 안정된 삶이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세계 경쟁력 상위 5위 안에 빈부 격차가 심한 미국뿐만 아니라 스웨덴과 덴마크와 같은 평등한 복지국가가 랭크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8년 13위에서 2009년 19위로 떨어진 한국의 경쟁력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고, 건설 투자보다는 교육 투자에 집중하고, 물적 자본보다는 사회 자본을 중시해야 한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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