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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첨단선박 독점 깬다" 선전포고

입력
2010.08.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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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농단(壟斷)을 타파하자.”

지난주 ‘얼스이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를 비롯한 중국의 언론들은 ‘다롄개척자’라고 명명된 한 선박의 건조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 배는 그 동안 우리나라가 독점, 제조해왔던 드릴십(원유시추선)이었다. 일부 언론이 ‘한국의 독점을 깨뜨리자’는 내용의 헤드라인을 단 이유다. 이는 첨단선박 제조 분야에서의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조선업종에서 중국의 추격이 점입가경이다. 선박수주량 등 양적인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한데 이어 최근에는 대당 수억달러짜리 첨단선박들을 잇따라 수주하며 질적인 면에서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다롄개척자’는 중국이 최초로 만드는 드릴십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드릴십이다. 길이 290m, 폭 50m 인 이 배는 수심 1만피트(3,048m) 해역에서 시추 작업을 할 수 있고, 3만피트(9,144m)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100만 배럴의 석유를 비축할 수 있는 이 배의 단가는 5억6,000만 달러. 한 중국 업체가 발주했고, 다롄 중위앤촨우(中遠船務ㆍCosco Dalian)가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담당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장궈바오는 “한국이 오랫동안 독점해왔던 세계 드릴십 시장에서 독점을 깨뜨리고, 중국 민족의 해양공정제조실력을 과시하는 시금석이 될 사건”이라고 밝혔다.

실제 드릴십 시장은 우리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44척은 우리 조선소들이 싹쓸이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이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이 뒤를 잇고 있다. 29일에는 현대중공업이 드릴십 2척을 처음으로 건조하면서 이 분야에 가세했다. 중국의 드릴십 수주는 한국 독점에 균열을 낸 일대 사건인 셈이다

중국은 드릴십 이외의 첨단선박 분야에서도 잇따라 처녀지를 개척해왔다. 올 초에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선사로부터 고부가가치선박의 대명사격인 LNG선 제조를 의뢰받았다. 기술 전파도 빨라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LNG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단 한 곳이었으나 현재 네다섯 곳으로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최초의 반잠수식 시추선도 연말이면 건조가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선사가 중국 조선소에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도 가공할 만 하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전 세계 고부가가치선 시장의 20%, 해양플랜트 시장의 1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 조선업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술 격차가 크다. 첫 드릴십만 해도 제조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과연 건조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다른 첨단 선박들에 대해서도 과연 납기나 제대로 맞출 수 있을 지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더 잘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의 문제는 있겠지만 중국이 만들 수 없는 배는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중국이 따라온다는 각오 하에 해양플랜트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를 계속 발굴해나가고 사업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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