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불법 입국죄로 북한에 수감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일행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 귀환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억류 7개월여 만에 사면 형식으로 풀려난 곰즈와 함께 전세기 편으로 평양을 출발, 이날 오후 2시께 곰즈의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곰즈는 활주로에 내려 가족과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눈 뒤 공항 내 건물에 잠시 들렀다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카터 전 대통령도 전세기에서 잠시 내려 곰즈를 가족에게 인계한 뒤 곧바로 다시 항공기에 올라 이륙했다.
50여명의 취재진이 활주로에서 포토라인과 마이크를 설치해 놓고 기자회견을 기다렸지만, 이날 상봉식은 일체의 행사 없이 간단히 치러졌다. 카터 전 대통령과 곰즈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는 커녕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 한 번 취하지 않은 채 20여분 정도의 가족 상봉 인사를 마치고 바로 헤어졌다.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미국인 여기자 두명을 데리고 귀환했을 때의 떠들썩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예정됐던 기자회견 등이 모두 취소된 채 곰즈의 귀환 행사가 간단히 치러진 것은 카터 전 대통령의 임무가 곰즈의 석방이라는 인도적인 목적에 국한됐고, 관심을 모았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동이 불발돼 특별한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곰즈의 가족은 이날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곰즈와 가족 성원들에게 그동안 길고 어둡고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면서 “곰즈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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