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구기종목에서 세계 정상을 여러 차례 정복했지만 이형택 선배를 제외하고 테니스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4대 그랜드슬램(호주, 프랑스, US오픈, 윔블던) 대회 본선을 넘어 결승무대에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아시아 선수가 되겠습니다.”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석영(18ㆍ동래고 2년)이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주관하는 퓨처스(Frutes) 대회 결승에 오르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랭킹 720위인 정석영은 최근 태국 나콘 라차시마주에서 열린 태국 퓨처스 3차 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세바스티안 리시크(513위)에게 0-2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정석영은 국내 최연소로 퓨처스 대회 결승에 올라 자신의 진가가 허명(虛名)이 아님을 입증했다. 결승 상대인 리시크는 올해 24세로 한때 랭킹이 300위권에 오르는 등 독일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있었다고 한다.
정석영은 “장신(190cm)에서 내리꽂는 리시크의 서브를 받아내는데 애를 먹었다”며 “체력훈련에 더 많은 비중을 둬 파괴력을 키워야겠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석영은 앞선 2차 대회 준결승에서도 리시크와 맞붙어 역시 0-2로 패했다. 정석영은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 10점을 보태 2주 후 남자프로테니스(ATP) 순위에서 640위 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퓨처스 대회는 남자프로 테니스 입문코스로 총상금 규모는 1만~1만5,000달러에 달한다. 국내에선 모두 4개의 퓨처스 대회가 있다. 이 보다 한 단계 높은 대회가 챌린지 무대다. 이후부터 ATP 투어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인터내셔널대회, 인터내셔널 골드, 마스터스,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국내선수가 ATP 투어대회 정상에 오른 경우는 이형택이 2003년 1월 호주에서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대회가 처음이다. 그 이후로 아직 우승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부산오픈 챌린지 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따내 한국 테니스 사상 최연소 챌린지 본선 승리를 기록했던 정석영은 올해 1월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석영을 지도하는 JSM아카데미 이진수(47) 원장도 “(정)석영이의 힘과 세기를 더 다듬으면 그랜드슬램대회 본선진출은 어렵지 않다”며 “이를 위해선 힘이 좋은 외국선수들과 자주 맞붙어 총알서브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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