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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47) 심노숭(沈魯崇)의 '눈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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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47) 심노숭(沈魯崇)의 '눈물이란 무엇인가'

입력
2010.08.2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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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전(孝田) 심노숭(1762-1837)은 라는 소품으로 요사이 많이 알려졌지만, 방대한 야사집의 편자로, 다채로운 시문과 문예론을 남긴 조선 한문학의 마지막 시대 인물이다. 76세까지 장수하며 《대동패림(大東稗林)》 136책을 편찬하고, 유배일기 20책을 포함한 문집 《효전산고(孝田散稿)》 58책을 남겼다. 명(明) 나라 말기의 소품가들에게는 “기쁨과 웃음, 노함과 꾸짖음이 다 훌륭한 문장이 되었다”고 하지만, 심노숭이 아내의 죽음에 흘린 눈물의 진정성이 특히 감동을 준다.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심장)에 있는 것인가?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는 듯한 것인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눈에 있지 않다면,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다른 신체 부위와는 무관하게 오직 눈만이 주관하니 눈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있지 않다면, 마음이 움직임 없이 눈 그 자체로 눈물이 나오는 일은 없으니 마음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마치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그곳으로 나오는 것처럼 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저것은 다 같은 물의 유(類)로써 아래로 흐른다는 성질을 잃지 않고 있으되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김영진 옮김,《눈물이란 무엇인가》, 태학사)

일찍이 당대의 대표적 패사소품 작가, 김려(金鑢)ㆍ이옥(李鈺)ㆍ강이천(姜彝天) 등과 성균관에서 가까이 사귀었고, 문학의 경향에도 공통되는 성격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심노숭은 31세의 젊은 나이에 5월에는 네 살 된 딸을 잃고, 한 달이 채 못 되어 동갑내기 아내 전주 이씨를 잃었다고 했다. 이런 청천벽력 앞에 흘린 눈물의 문학은 그 후 2년 남짓 동안에 26제(題)의 시와 산문 23편의 도망시문(悼亡詩文)을 남긴 사실만으로도 가슴을 울린다. 그런 정성스런 아내 사랑의 마음을 가진 이였기에 이런 유례없는 눈물의 시문집이 책을 이루었을 터이다.

그는 스스로 “정이 여리기(情弱)가 꼭 아녀자(兒女子) 같아서”, 아내의 병이 심해진 뒤에는 곁에서 머뭇거렸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때로 슬픔이 지나쳐 상(傷)함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옥과 김려처럼 절친한 친구도 없었다. 그런 여린 성격이었기에 제사를 지내면, “곡(哭)하여 눈물을 흘리면 제사를 지냈다고 여겼고, 그렇지 않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과 같다고 여겼다”고 했다. 이렇게 ‘여기의 느꺼움’으로 ‘저곳의 응함’을 알 수 있으니, 눈물이 나면 아내의 혼령이 내 곁에 왔구나 라고 여겼다고 했다.

이 시대에는 담헌 홍대용이 북경의 유리창에서 중원의 선비들과 남자의 눈물을 논한 바 있고, 연암 박지원은 연행 중에 을 말하고 또 “영웅과 미인은 눈물이 많다”고 한 말로 화제를 뿌린 바 있었다. 이런 뒷시대에 나온 심노숭의 은 우리 문학이 낳은 감성적 사랑 문학의 한 기념비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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