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84) 전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오사마 빈 라덴은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돈을 받고 9ㆍ11 테러를 저지른 미국의 스파이다”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이날 수도 아바나에서 스페인의 음모이론 전문 저술가인 다니엘 에스툴린과 만난 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빈 라덴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 하수인이었다”고 덧붙였다. 카스트로는 워싱턴 정가에서 비롯됐다고 여겨지는 각종 음모이론들, 그리고 CIA가 시도했다고 믿고 있는 자신을 향한 암살시도들을 거론하면서 이 같은 ‘미국의 음모’에 대한 견해를 내비쳤다고 영 일간 가디언이 28일 자에서 보도했다.
카스트로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 국방부 자료를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인터넷 게시물에서 빈 라덴의 미국 스파이 활동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빈 라덴의 정체를 알려준 것은 위키리크스였다”고 강조하면서도 정확히 문건의 어떤 부분에 적시되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카스트로는 이어 “부시 전 대통령은 국민의 공포 지수를 끌어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면 언제라도 알 카에다 지도자들을 워싱턴으로 호출했다”며 “빈 라덴은 그 중에서 가장 충직한 하수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가 국민의 반전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고 판단한 시점엔 어김없이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손을 빌렸다는 주장이다.
한편 카스트로와 에스툴린은 미국의 음모와 관련해선 이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단 한가지, 지구가 인류의 영원한 주거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신문은 “에스툴린이 인류가 제2의 지구를 필요로 할 것이라 주장하자 카스트로는 인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성이며 다른 것들은 고쳐서 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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