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9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끌며 종로ㆍ충무로 영화벨트를 형성했던 영화관들이 특화사업을 추진하며 ‘제2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나운규의 ‘아리랑’이 상영됐던 103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고(最古)의 극장인 단성사는 영화관 외에 ‘귀금속 산업의 메카’로 재탄생 하기 위해 현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아산엠단성사 관계자는 “단성사 내 극장을 지난달부터 임시 휴관하고 쥬얼리 매장, 사무실, 에스컬레이터 등 내부 시설 변경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단성사 건물은 2005년 2월 지하 4층, 지상 9층 건물에 총 10개관 1,860석의 멀티플렉스극장으로 리모델링 한 지 5년 만에 다시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연말쯤 개장 예정이다.
㈜아산엠단성사는 지하 3층은 비보이 전용관 등의 공연장으로, 지하 2층은 기존의 영화관을 확장한 예술 전용 상영관과 프리미엄 상영관 등으로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3층과 9층에는 각각 푸드코트와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은 단성사를 서울시의 귀금속 클러스터로 조성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520개의 귀금속 도ㆍ소매 매장과 명품 쥬얼리 브랜드 입점시킬 예정이다. 또 지상 4층부터 8층까지는 귀금속 지원 시설 및 유관 사무실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M주얼리’라는 귀금속 전문 브랜드를 제작해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이 지역은 이미 서울시로부터 귀금속 산업특화지구로 선정돼 귀금속 산업의 육성과 함께 귀금속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1907년 개관한 단성사는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업극장이다. 1970~1980년대 피카디리 허리우드 서울 명보 대한극장 등과 함께 종로ㆍ충무로 영화벨트를 형성했다. 단성사에서의 흥행은 곧 전국 흥행을 보장할 만큼 파급력이 막대했다. ‘겨울여자’(1977년) ‘장군의 아들’(1990) ‘서편제’(1993) 등아 단성사에서 개봉돼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주거근접형 극장시대가 열리면서 종로와 충무로 거리에는 관객들 발길이 줄었고, 이들 극장도 쇠퇴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요즘 극장들은 특화 사업으로 제 2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피카디리는 2004년 ‘프리머스 피카디리’로 이름을 바꿔 극장체인으로 들어갔고, 명보극장은 2008년 개관 51년 만에 문을 닫고 뮤지컬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허리우드도 극장은 건물을 개ㆍ보수해 아래층은 영화관, 위층은 공연전용관으로 운영 중이다. 영화관에선 상업영화보다는 예술성 높은 외화나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해 ‘클래식 전용관’으로 특화했다. 대한극장은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으로 자리잡았다.
단성사도 2001년 재건축을 통해 총 10개관의 멀티플렉스로 변신을 꾀했으나 2008년 경영악화로 부도를 맞게 됐다. 이 당시 아산엠그룹이 단성사 영화관 건물과 영화관 운영권을 인수해 단성사는 아산엠단성사로 새 출발하게 됐다. 이상용 아산엠그룹 회장은 “단성사는 103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측면에서 국가 문화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아산엠단성사를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귀금속 산업의 메카로 조성해 반드시 옛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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