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부터 정치권에선 김태호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다른 9명의 인사청문회 대상자 처리를 연결 짓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를 해주는 대신 장관 1, 2명을 낙마시키려 한다는 이른바 '여야 빅딜설'이다. 정치권 일부에선 '여야 빅딜이 무산됐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7일 이 같은 빅딜설을 공식 부인했다. 원칙대로 총리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 떠돈 얘기들은 달랐다. "김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문제 장관 후보자를 희생시키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일부 당직자의 입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내달 1일 본회의 전까지 일부 문제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심지어 낙마 대상 순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빅딜의 실재 여부를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빅딜 발상에는 총리직과 장관직을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상식과 주요 공직 후보자들을 장기판의 졸(卒)로 취급하는 오만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여당의 공식 부인을 믿고 싶다. 그러나 물밑 거래가 실재했다면 여당은 혹독한 민심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은 또 '거래 당사자'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도입 취지는 간단하다. 국민을 대표해서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수행 능력을 검증하면 된다. 당연히 정치권은 이 같은 원칙과 명분에 따라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을 판단하면 된다. 협상을 핑계로 여야가 떳떳하지 못한 주고받기를 벌인다면 민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고성호 정치부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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