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7일 제2 행선지 지린(吉林)성 성도인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적으로 회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 관계자의 얘기가 나오면서 언론들은 밤새도록 관련 내용 확인 및 취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린과 창춘 현지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지린시를 출발한 김 위원장 일행은 검은색 벤츠 리무진과 미니버스 등 의전차량 30여대에 나눠 타고 1시간30분을 달려 창춘시 영빈관인 난후(南湖)호텔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 도착직후인 오전 11시40분께 중국 고위층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4대의 검정색 차량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됐다. 또 오후 4시께 또 다른 4대의 차량이 추가로 호텔에 진입한 것이 확인됐다. 현지소식통들은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오찬 후 정상회동을 하고 만찬까지 함께하는 특별행사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밤 늦게 까지 중국측 차량들이 호텔을 빠져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후 주석도 이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묵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측 차량들이 두 차례 호텔로 들어간 것으로 보아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도 회동에 배석했을 수도 있다.
난후호텔은 베이징으로 치면 댜오위타이(釣魚臺)에 해당하는 곳으로, 김일성 주석이 창춘을 방문했을 때도 묵었던 곳이고, 40여년간 후 주석을 포함한 중국 당ㆍ정 지도자들의 숙소로도 애용돼 왔다. 이 호텔은 이날 하루 종일 중국 경찰의 삼엄한 경계경비로 일반인과 일반차량들의 접근이 금지됐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6시부터 공항 주변 도로가 폐쇄되고, 주요 고속도로 역시 5시간 이상 봉쇄되면서 중국 최고위 인사가 창춘에 왔다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당서기와 성장 등 지린성 정부 고위층은 29일까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대기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후 주석에 대한 동정 보도가 나오지 않는 등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창춘에 온 고위인사가 후 주석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다만 중국 최고지도자가 정상 회동을 위해 지방으로 이동한 전례가 없을뿐더러, 중국 내외의 여론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있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들은 “관례대로 창춘 회동의 중국측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의 방중 동행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북중간 정상회동이 이뤄졌다면 이 회동에 자연스럽게 배석해 중국 지도부에 첫 선을 보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창춘 방문을 놓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동북3성 경제개발의 핵심거점인‘창-지-투(창춘-지린-투먼)’개발 선도구를 시찰한 후 9월 열릴 노동당대표자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북한의 경제개방을 선언하는 ‘창춘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은 방중 3일째인 주말에는 창춘의 트레이드 마크인 창춘이치(一汽)자동차 등 산업시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바로 평양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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