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도루 지음ㆍ구인모 옮김
동국대출판부 발행ㆍ280쪽ㆍ1만8,000원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
조선총독부 편저ㆍ김문학 옮김
북타임 발행ㆍ448쪽ㆍ2만5,000원
“조선인만큼 모든 일에 순종하는 민족은 드물 것이다. 국가는 중국의 통제에, 상류 사대부들은 국왕의 권력에, 중인과 상민은 사대부의 압제에 복종했다. 조선은 정치적으로 줄곧 중국의 속국으로서 보호를 받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국민도 자연히 남에게 의지하고 순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조선 연구자였던 다카하시 도루(1877~1967)는 1921년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책 에서 이렇게 썼다. 조선총독부는 식민통치를 위해 조선에 대한 치밀한 조사 사업을 벌였다. 민속과 풍습, 언어, 역사, 문화, 종교 등 발간된 자료집이 40종이 넘는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학술적으로도 식민통치의 근거를 마련하려 했던 일본의 기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왜곡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는 다카하시의 과 2편의 논문 등 조선인 민족성 연구를 묶은 책이다.
은 1927년 조선총독부 관방문서과에서 낸 자료집 중 하나로, 총독부 촉탁으로 조선인 연구를 진행했던 학자 무라야마 지쥰(1891~1968)이 편집했다. 일본 학자뿐 아니라 조선인, 제3국 사람들의 글을 인용해 조선인의 성격, 사회적 경향, 정치 및 경제사상, 문화사상 등을 서술했는데, 의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
이 책들을 읽는 데는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조선과 조선인을 비하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미개한 비문명의 나라이며, 스스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줄곧 기술함으로써 결국 일본의 식민통치가 지극히 합당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은 사상의 고착, 사상의 종속, 형식주의, 당파심, 공사의 혼동 등 10가지로 조선인의 특성을 요약한다. 다카하시에 따르면 조선의 의복이 흰색인 것도, 통일신라 이래 1,300년간 주권자의 성씨를 바꾼 것이 3번에 불과한 것도 모두 사상의 고착 때문이다. 또 조선인이 양보를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 것은 늙고 무기력한 노인과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조선인의 면모로 낙천성을 제시하면서도 “세상에 거지만큼 낙천적인 자들은 없다”고 했다.
조선인과 러시아인, 미국인의 시각을 함께 동원한 은 일면 객관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은 다를 바 없다. 강자 앞에 금방 항복하는 사대주의자, 남이 때려도 맞고 굴욕도 감수하는 순량한 민족, 심지어 망하는 것도 당연할 만큼 나태한 민족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부화뇌동하고,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모방을 잘한다는 등 여러 면모를 나열한 후 “조선의 독립은 국민성에 합치하지 않는다. 어느 시대나 대국에 따르며 독립을 유지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려 이것이 일본으로 하여금 병합을 실행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 책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을 번역한 구인모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반발감이나 불쾌감을 넘어 먼저 한국인 내면에 뿌리 내린 식민주의와 문화본질론을 돌이켜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민지배자의 시각으로 재단한 조선의 모습이 동시대 조선의 지식인은 물론, 현재의 우리가 스스로를 보는 시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불편하다고 해서 덮어두거나 부정하기보다는 그 실상과 허상을 가려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냉정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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