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 올해 연말까지로 예정돼 있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감면 혜택의 연장,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의 수도권 확대, 분양가 상한제 일부 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투기적 수요를 이끌어내서라도 주택 구입을 유도하겠다는 뜻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부동산 거품 빠지는 정상화 과정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그간의 과도한 거품이 빠지는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팽창시킬 것이 아니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상황이 위기라면 그 동안 과잉공급을 주도했던 정부가 온전히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11만 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주택과 부실화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누적은 모두 부동산가격 급등 때 추진했던 주택공급 확대정책의 산물이다. 마침내 건설업체나 산하 연구기관들도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공급확대 정책의 상징인 보금자리주택의 공급과잉을 지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주택공급 확대를 만능의 부동산정책인양 외치던 그 많은 전문가와 언론, 관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참여정부 기간에 해마다 46만호 이상을 공급했어도 주택 수요억제 정책만 있고 공급확대 정책은 없다고 주장한 그들이었다. 그 동안 무엇이 바뀌었는가? 가구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적ㆍ투기적 주택수요만 사라져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의 공급확대 정책은 주택정책에서 핵심적인 모든 가치를 폐기하는 논리적 근거가 돼왔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세입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것도 정당화했다. 무주택 서민의 자가보유 촉진을 명분으로 141㎢(4,230만평)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현 정부 임기 중 32만호의 보금자리주택 공급도 밀어붙이고 있다. 공급 과정에 철거민 축출, 전세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지하철공사 기간에 도로가 막히듯,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황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주택보급률이나 인구 1,000명당 주택수, 1인당 주택면적 지표를 들이대며 공급 확대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전까지 주택가격이 급등한 미국 영국 스페인은 결코 주택 재고가 부족한 국가가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2002년 말부터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 6월까지 306만호의 주택이 증가했지만 케이스 쉴러의 2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오히려 47.6%나 올랐다. 공급이 부족해서 주택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주택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났던 것이다. 과잉공급은 결국 주택가격 폭락과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주택 본연의 기능 되찾도록
이제 부동산에 투자해서 노후를 설계하고 자산을 부풀리던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인위적으로 주택 수요를 부추기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때가 아니다. 과장된 수요 추정에 근거해 보금자리주택과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우리 도시와 우리의 주거공간이 본연의 기능과 모습을 되찾도록 유도할 시기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해 고급주택을 늘릴 일이 아니라, 소득수준과 실수요에 맞도록 다양하고 저렴한 주택 유형을 개발해 공급해야 한다. 신속한 공급을 위해 철거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도시재정비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부채가 쌓여있는 가계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부동산투자 유도가 아니라, 변동금리에 기반한 거치식 부동산 대출구조를 장기 고정금리제도로 개편하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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