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시집살이 삼년만에…”
노래만 하던 합창단원이 율동까지 곁들인다. 여름 내내 땀범벅이 돼 연습했지만 초연 창작곡이니만큼 실제 무대에서는 보면대 위의 악보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진주난봉가’의 양반집 막내딸 순정의 기구한 사연이 이미영씨 등 전문 작가 2명의 대본 작업을 거쳐 최초로 1시간 40분(2막)짜리 합창 뮤지컬의 옷을 입는다.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의 제13회 정기 연주회 ‘진주난봉가’에는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처음 갖는 무대여서만은 아니다. 49명의 단원이 피아노 반주(연주 박옥주)만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별다른 세트도 조명도 없지만 합창단이 대사와 연기도 하니 칸타타에서 한걸음 나아간 뮤지컬이죠. 기생 담뱃대, 상여꾼 모자 등 전개에 따라 간단한 소품도 동원돼요. 2막 중 ‘그래야 양반 다리’ 대목은 전문 안무가의 작업을 거쳤어요.” 합창단 대표인 지휘자 홍중철씨는 “올 여름은 너무 더워 1주일에 한 번 연습에 만족해야 했다”며 “단원들이 직장인이라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대는 결혼식, 첫날밤, 시집살이, 떡두꺼비, 빨래터에서, 때늦은 후회 등 23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홍씨의 작품 착상은 10년 전, 예산 마련 등 구체적 작업에 들어간 것은 5년 전이다. 대사, 연기, 춤, 마임 등 본격 연습은 작년부터 틈틈이 해왔으니 발효와 숙성의 시간은 충분히 거친 셈이다. ‘거울 공주 평강 이야기’ ‘퀴즈쇼’ 등으로 뮤지컬계에서 입지를 굳힌 작곡가 노선락씨의 감각적 선율이 이번에는 퓨전 한국음악을 지향한다. 재즈, 뽕짝, 민요, 클래식 합창 등 다양한 양식을 동원한 감각적 작업이다.
창작곡만으로 무대를 갖는 합창단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 합창단은 지난해 작곡가 강은수씨의 작품만으로 연주회를 갖는 등 그같은 행보를 이어갈 생각이다. 바흐의 수난곡 등 늘 해오던 작품만 관습적으로 되풀이하는 봄철, 이들은 내년 3월에는 작곡가 이건용씨의 창작 칸타타 ‘예수 그리수도의 수난’을 연주할 예정이다.
공연은 29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02)580-130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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